저녁 아파트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달리기를 하는 30대 여성 러너

러닝머신 달리기, 초보라면 경사 1%는 잊으세요

퇴근길에 들른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8km에 맞추고 20분째 벽만 보고 계신가요? 누가 경사를 1% 올려야 밖에서 뛰는 것과 같다고 해서 올려 봤다가, 숨만 더 차고 다리는 무거워졌을 겁니다. 러닝머신 달리기로 5km를 채운 날에도, 이걸 진짜 달리기로 쳐도 되는 건지 속으로 자꾸 따져 보게 됩니다.

경사, 속도, 기록. 러닝머신에서 헷갈리는 건 이 셋입니다. 초보라면 경사 1%는 잊으셔도 됩니다. 1%는 1km를 5분보다 빨리 뛸 때 밖과 맞추는 설정입니다.

러닝머신 달리기도 밖에서 뛰는 것과 같을까요

몸이 움직이는 방식은 대부분 같습니다. 2020년 『Sports Medicine』에 실린 메타분석은 같은 사람에게 러닝머신과 바깥 달리기를 번갈아 시킨 연구 33편, 494명을 모았습니다. 보폭, 관절이 굽는 각도, 땅을 미는 힘 같은 항목 대부분이 두 곳에서 다르지 않았습니다.

러닝머신 위의 30분도 밖에서 뛰는 몸을 그대로 씁니다.

눈에 띄는 차이는 발이 땅에 닿는 순간입니다. 러닝머신에서는 발바닥이 평균 10도쯤 더 평평하게 닿았고, 발이 바닥에 머무는 시간은 1,000분의 5초 길었습니다.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의 수십분의 일입니다. 다만 경사와 쿠션이 없는 러닝머신에서 건강한 성인을 잰 결과이고, 연구진도 근거 수준을 대부분 낮게 매겼습니다.

정리 — 러닝머신 달리기와 바깥 달리기는 몸의 움직임이 대부분 같고, 차이는 발이 닿는 각도 정도입니다.

러닝머신이 밖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셋입니다

몸은 같게 움직이는데 느낌은 왜 다를까요. 어제 뛴 러닝머신과 지난 주말 공원을 떠올리며 하나씩 대어 보세요.

바람이 없다
밖에서는 앞으로 나갈 때마다 공기를 밀어냅니다. 러닝머신에는 그 저항이 없어서, 빠르게 뛸수록 밖보다 덜 힘듭니다. 경사 1% 이야기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몸을 식혀 줄 바람도 없어서 실내에서는 열이 더 빨리 쌓입니다.

벨트가 속도를 붙잡고 있다
밖에서는 지치면 저절로 느려집니다. 러닝머신은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같은 속도로 벨트가 돕니다. 내가 속도를 고르는 게 아니라 속도에 나를 맞추는 셈이라, 느려지고 싶은 순간이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느린 속도에서는 덜 힘들게 느껴진다
2019년 『Sports Medicine』에 실린 메타분석은 연구 34편을 모아 두 곳의 심박수와 체감 힘듦을 비교했습니다. 느린 속도에서는 러닝머신 쪽 심박수와 체감 힘듦이 더 낮았고, 빠른 속도에서는 오히려 더 높았습니다. 러닝머신에서 편하던 속도가 공원에서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차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셋 모두 러닝머신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두 곳의 숫자를 그대로 맞대면 안 된다는 판단 기준입니다.

정리 — 바람, 벨트, 속도에 따라 바뀌는 체감. 러닝머신과 밖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대개 이 셋 때문입니다.

경사 1%, 올려야 할 때와 0%로 둘 때

살짝 경사를 올린 러닝머신 벨트 위를 달리는 러너의 발

경사 1%는 1996년 『Journal of Sports Sciences』에 실린 실험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러닝머신에 익숙한 훈련된 남성 러너 9명이 시속 10.5km부터 18km까지 여섯 가지 속도로 6분씩, 경사를 바꿔 가며 러닝머신을 뛰고 평지 도로에서도 뛰었습니다. 몸이 산소를 얼마나 쓰는지로 힘든 정도를 쟀습니다.

시속 10.5km와 12km에서는 도로와 러닝머신 0%, 1% 사이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1%만 도로와 맞아떨어진 건 시속 13.5km부터였습니다.

1km를 5분보다 천천히 뛴다면, 경사는 0%로 두어도 됩니다.

초보가 흔히 뛰는 시속 7~9km는 실험보다 더 느린 속도라, 러닝머신이 덜어 주는 바람의 몫도 그만큼 작습니다.

시속 12km 이하
1km 5분보다 느리게 · 경사 0% · 실험에서 0%와 1% 모두 도로와 차이 없음

시속 13.5km
1km 약 4분 27초 · 경사 1% · 도로와 맞은 건 1%뿐

시속 15~16.5km
1km 4분~3분 38초 · 경사 1~2%

오르막 훈련으로 경사를 3%, 5%까지 올리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밖과 맞추려는 게 아니라 일부러 더 힘들게 만드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1% 실험은 9명이 6분씩 뛴 작은 실험이라, 긴 거리나 여성, 초보 러너에게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정리 — 경사 1%는 1km 5분보다 빨리 뛸 때 밖과 맞추는 설정이고, 그보다 느리면 0%로 충분합니다.

러닝머신 달리기 30분, 이렇게 채웁니다

선풍기와 물병을 옆에 두고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걸으며 몸을 데우는 러너

처음 5분은 걷습니다
시속 5~6km로 걸으며 몸을 데웁니다. 끝날 때도 5분 걷고, 벨트가 완전히 멈춘 뒤 내려옵니다.

속도는 숫자 말고 숨으로 정합니다
한 문장을 끊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속도에서 시작하세요. 화면의 숫자는 그 속도를 찾은 뒤 적어 두는 용도입니다.

손잡이를 놓고 뜁니다
손잡이를 잡으면 팔이 흔들리지 않고 몸이 뒤로 기웁니다. 밖에서 뛰는 자세와 멀어집니다.

벨트 가운데를 밟습니다
발끝이 앞 덮개에 닿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뜁니다. 안전 클립이 있다면 옷에 꽂아 둡니다.

선풍기와 물을 옆에 둡니다
바람이 없는 만큼 몸에 열이 쌓입니다. 선풍기를 켜고 물은 손 닿는 곳에 둡니다.

기록은 같은 곳끼리 비교합니다
러닝머신 5km와 공원 5km를 맞대지 마세요. 러닝머신은 러닝머신끼리, 밖은 밖끼리 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밖에서 뛰어 몸이 바람과 길에 익숙해지게 합니다.

이 순서는 연구가 정한 처방이 아니라, 러닝머신 달리기가 밖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판단 기준입니다.

정리 — 걷기로 열고, 숨으로 속도를 정하고, 손잡이를 놓고, 기록은 같은 곳끼리 봅니다.

말하면서 뛸 수 있는지로 속도를 잡는 법과, 초보가 3분 만에 숨이 차는 이유는 시계 말고 ‘대화’로 잡는 러닝 초보 페이스에 있습니다.

이럴 땐 바로 멈춥니다

가슴이 조이거나 어지러울 때
벨트 위에서 균형을 잃으면 기계 뒤로 넘어질 수 있습니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내려와 앉으세요. 가라앉지 않으면 바로 주변에 도움을 청합니다.

같은 속도인데 숨이 유난히 차고 가라앉지 않을 때
러닝머신 탓이 아니라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날은 걷기로 마무리합니다.

뛸 때마다 같은 자리 한 점이 아플 때
러닝머신 위에서 생긴 통증도 부상은 밖에서와 똑같이 봐야 합니다.

정리 — 가슴 조임과 어지러움은 즉시 멈추고, 평소와 다른 숨과 한 점의 통증은 러닝머신보다 몸을 먼저 봅니다.

한 점이 아프다면 무릎인지 정강이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부위별로 계속 뛰어도 되는 기준은 러닝 부상, 아픈데 계속 뛰어도 되는지 3가지로 확인하는 방법에 모아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런닝머신 운동화를 따로 사야 하나요

아닙니다. 밖에서 신는 러닝화 그대로 충분합니다. 헬스장에서 실내용 신발을 따로 신어야 한다면, 밑창이 얇은 헬스화보다 쿠션이 있는 러닝화를 한 켤레 두는 편이 뛰기 편합니다.

러닝머신이 무릎에 더 편한가요

벨트가 아스팔트보다 무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33편 메타분석에서 땅을 미는 힘 같은 항목은 대부분 두 곳이 비슷했습니다. 이 분석은 쿠션을 따로 단 러닝머신은 빼고 본 것이라, 쿠션 러닝머신이 무릎에 더 편한지는 이 자료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러닝머신에서 5km를 뛰면 밖에서도 뛸 수 있나요

몸은 준비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느린 속도에서는 러닝머신이 덜 힘들게 느껴진다는 결과가 있으니, 처음 밖에 나가는 날은 러닝머신에서 뛰던 속도보다 조금 느리게 시작하세요.

경사를 올리면 운동이 더 되나요

같은 속도라면 경사를 올릴수록 몸이 에너지를 더 씁니다. 1996년 실험에서도 느린 속도에서 경사 2%, 3%는 도로보다 뚜렷이 힘들었습니다. 밖과 비슷하게 뛰고 싶다면 속도에 맞춰 0~1%, 더 힘들게 하고 싶다면 그보다 올리면 됩니다.

참고한 자료

아래는 본문에 쓴 연구입니다. 살펴본 사람 수와 어떤 조건에서 잰 것인지를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Jones AM, Doust JH. A 1% treadmill grade most accurately reflects the energetic cost of outdoor running. Journal of Sports Sciences, 1996, 14(4):321-327 — 훈련된 남성 러너 9명, 시속 10.5~18km에서 6분씩. https://doi.org/10.1080/02640419608727717
Miller JR 외.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rossover Studies Comparing Physiological, Perceptual and Performance Measures Between Treadmill and Overground Running. Sports Medicine, 2019, 49(5):763-782 — 교차 연구 34편. https://doi.org/10.1007/s40279-019-01087-9
Van Hooren B 외. Is Motorized Treadmill Running Biomechanically Comparable to Overground Running?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ross-Over Studies. Sports Medicine, 2020, 50(4):785-813 — 교차 연구 33편, 494명. https://doi.org/10.1007/s40279-019-01237-z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가슴 통증, 어지러움, 지속되는 통증이 있다면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