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커뮤니티에 있다 보면 이 단어를 계속 듣게 됩니다. 서브4입니다. 풀코스 42.195km를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가리킵니다. 영어 sub에서 온 말이고, 마찬가지로 서브3은 3시간, 서브5는 5시간입니다.
아마추어 러너에게 서브4가 상징적인 선이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냥 완주만 목표로 하기엔 좀 모자란 것 같고, 그렇다고 서브3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들리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색해보면 대부분 “주 5회 뛰어라”, “인터벌을 해라” 같은 훈련 이야기로 끝납니다. 정작 대회 당일에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 나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둘만 다룹니다. 내가 지금 서브4가 되는 몸인지 확인하는 법과, 된다면 대회 당일에 지켜야 할 숫자입니다.
정리 — 서브4는 풀코스 4시간 이내 완주입니다. 훈련량보다 대회 당일의 페이스 관리에서 갈립니다.
내가 지금 서브4가 되는 몸일까
마음가짐이나 의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드리드 마라톤을 뛴 아마추어 남성 84명을 분석해 무엇이 기록을 예측하는지 본 연구가 있습니다. 나이는 23세부터 70세까지, 기록은 2시간 50분대부터 5시간 16분까지 퍼져 있었습니다.
여러 변수 중 마라톤 기록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것은 하프 마라톤 기록이었습니다. 상관계수 0.812입니다. 이전 마라톤 기록이 0.756, 10km 기록이 0.732로 뒤를 이었고, 최근 3개월의 주간 주행거리는 음의 상관 0.479였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내 하프 기록이 내 마라톤 기록을 거의 말해준다는 겁니다. 주간 거리도 관계가 있지만 그보다 약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정직한 자가 진단은 이겁니다. 최근에 하프를 몇 분에 뛰었는가. 대회까지 안 나가셔도 훈련에서 21km를 한 번 재보시면 됩니다.
현장에서 널리 쓰는 경험칙은 풀코스 기록이 하프 기록의 두 배에 10~20분을 더한 값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계산으로는 서브4를 노리려면 하프를 대략 1시간 50분에서 1시간 55분에 뛰어야 합니다. 다만 이건 위 연구에서 나온 공식이 아니라 현장의 어림셈이니 참고로만 보세요.
하프가 2시간 10분을 넘어간다면 이번 대회의 목표는 서브4가 아니라 완주여야 합니다. 무리하게 잡은 목표가 초반 오버페이스를 불러오고, 그게 다음 생각보다 큰 대가로 돌아옵니다.
정리 — 하프 기록이 마라톤 기록을 가장 잘 예측합니다. 서브4를 노린다면 하프 1시간 50분대가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서브4의 숫자 — 1km 5분 41초
4시간을 42.195km로 나누면 1km당 5분 41초입니다. 이 숫자 하나만 외우셔도 됩니다.
다만 대회 당일에 1km마다 시계를 보며 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구간별 통과 시간을 같이 적어둡니다. 사진을 찍어 두셔도 좋고, 배번호 뒷면에 적어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5km — 28분 26초
10km — 56분 53초
중간 지점(21.1km) — 2시간 정각. 이게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30km — 2시간 50분 38초
35km — 3시간 19분 05초
40km — 3시간 47분 31초
중간 지점을 따로 굵게 적은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를 1시간 55분에 통과했다면 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너무 빨리 가고 있는 겁니다. 그 5분은 번 게 아니라 빌린 겁니다.
여유를 두고 싶으시면 4시간이 아니라 3시간 55분을 기준으로 잡으셔도 됩니다. 1km당 5분 34초입니다. 급수대에서 잃는 시간과 GPS 오차를 감안한 여유가 생깁니다.
정리 — 1km 5분 41초, 중간 지점 2시간. 대회 당일에 외울 숫자는 이 둘이면 충분합니다.
다른 목표 기록의 페이스가 궁금하시다면 마라톤 페이스 차트 — 목표 기록별 1km 페이스 정리에 거리별로 모아 두었습니다.
서브4가 무너지는 4가지 지점
초반 5km에서 이미 결정됩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되돌리기 어려운 실패입니다. 이건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빈 시티 마라톤의 완주 기록 208,760건을 분석한 2023년 연구를 보면, 완주 시간으로 나눈 하위 그룹 남성의 구간별 속도 변화폭은 7.9%였고 상위 그룹은 4.14%였습니다. 여성도 5.83%와 3.16%로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기록이 좋은 러너일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뛰었다는 뜻입니다. 잘 뛰어서 고르게 뛴 건지 고르게 뛰어서 잘 뛴 건지는 이 연구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초반에 벌어둔 시간은 후반에 몇 배로 돌려준다는 겁니다.
30km 지점에서 연료가 떨어집니다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로 버틸 수 있는 거리가 대략 이쯤입니다. 서브4 페이스라면 2시간 50분을 지난 시점입니다.
국제스포츠영양학회는 70분을 넘는 운동에서 시간당 탄수화물 30~60g을 권고합니다. 4시간을 뛰면 총 120~240g이 필요하다는 계산입니다. 에너지젤 하나가 20~30g이니 4개에서 6개 정도가 됩니다.
중요한 건 배가 고프기 전에 먹는 겁니다. 배가 고픈 다음에 먹으면 이미 늦습니다. 45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시계 알람을 맞춰두고 기계적으로 드세요.
준비 기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서브4는 의지로 넘는 선이 아닙니다. 앞서 본 연구에서도 최근 3개월의 주간 주행거리가 기록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다만 거리를 급하게 늘리는 건 반대로 위험합니다. 초보 러너 532명을 13주 프로그램 동안 추적한 연구에서 21%가 부상을 겪었고, 최근 1년 이내 부상 이력이 있을 때 위험이 2.7배로 올라갔습니다. 기록을 위해 무리하다 대회 자체를 못 나가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대회 당일에 새것을 씁니다
새 신발, 처음 먹는 젤, 안 해본 카페인. 기록을 노리는 날일수록 새 변수를 넣고 싶어지는데, 서브4는 4시간 동안 아무 일도 안 생겨야 나오는 기록입니다.
정리 — 초반 과속, 30km 연료 고갈, 준비 부족, 당일의 새것. 이 넷 중 앞의 둘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서브4와 완주 목표는 다른 경기입니다
같은 42.195km지만 준비도 당일 운영도 다릅니다. 내가 어느 쪽인지 먼저 정하셔야 합니다.
목표 페이스 — 완주는 대화가 되는 속도면 됩니다. 서브4는 1km 5분 41초를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
중간 지점 — 완주는 몇 시간이든 상관없습니다. 서브4는 2시간을 넘기면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합니다.
급수대 — 완주는 걸으면서 천천히 드셔도 됩니다. 서브4는 미리 연습해 뛰면서 마시는 법을 익혀두셔야 합니다.
에너지젤 — 완주는 배가 고프면 드셔도 됩니다. 서브4는 시간을 정해 놓고 기계적으로 드셔야 합니다.
걷기 — 완주는 전략입니다. 서브4는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첫 풀코스라면 서브4를 목표로 잡지 않으시는 걸 권합니다. 완주를 한 번 겪고 내 하프 기록을 안 다음에 잡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정리 — 완주는 몸이 결정하고 서브4는 계획이 결정합니다. 첫 대회에 둘을 같이 노리면 둘 다 놓칩니다.
대회 당일에 지킬 5가지
먼저 내 예상 기록 구역에 서세요
앞쪽에 서면 초반 과속이 거의 확정됩니다. 주변이 다 나보다 빠른 사람이면 몸이 알아서 따라갑니다. 반대로 너무 뒤에 서면 초반에 사람을 헤치느라 체력을 씁니다.
그다음 첫 5km를 일부러 느리게 뛰세요
목표가 5분 41초라면 초반은 5분 50초로 둘러도 됩니다. 느리다고 느껴야 맞습니다. 출발선 분위기 속에서는 그 정도로 의식해야 간신히 목표 페이스가 나옵니다.
첫 5km에서 잃은 30초는 후반에 복구할 수 있습니다. 첫 5km에서 벌어둔 30초는 후반에 2분으로 돌아옵니다.
이어서 시계를 평균 페이스로 두세요
실시간 페이스는 GPS 오차 때문에 수십 초씩 튑니다. 그 숫자를 보며 올렸다 내렸다 하면 고른 페이스가 무너집니다. 화면을 평균 페이스나 랩 페이스로 바꿔두세요.
그리고 45분마다 젤을 드세요
배가 고프기 전에, 시계 알람에 맞춰 기계적으로 드세요. 급수대에서 물과 함께 드시는 게 편합니다. 물 없이 젤만 짜 먹으면 속이 거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페이서는 초반에만 붙으세요
4시간 풍선을 달고 뛰는 페이서가 있으면 초반 과속을 막아줍니다. 다만 끝까지 무조건 붙어 가려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페이서 주변은 사람이 몰려 급수대에서 걸리고, 내 몸 상태보다 집단의 속도를 따라가게 됩니다.
정리 — 다 못 외우셔도 첫 5km를 느리게 뛰는 것 하나만 지키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대회 전날 밤에 뭐를 챙겨야 할지는 마라톤 대회 준비물 체크리스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럴 땐 기록을 버리세요
서브4는 내년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아래 상황에서는 숫자를 놓으셔야 합니다.
가슴이 조이듯 아프거나 시야가 흔들리거나 어지러울 때 — 즉시 멈추고 의료반을 찾으세요.
더운 날인데 소름이 돋거나 땀이 멈추고 피부가 건조해질 때 — 열사병의 신호입니다. 기록과 바꿀 것이 아닙니다.
한쪽 다리에만 날카로운 통증이 생겼을 때 — 양쪽이 무거운 건 피로지만 한쪽만 날카로운 건 다른 문제입니다.
기온이 25도를 넘거나 습도가 높은 날 — 같은 페이스가 훨씬 힘듭니다. 출발 전에 목표를 10분 늦춰 잡고 들어가세요.
대회는 다음 달에도 있고, 무릎은 하나입니다. 서브4 하나 때문에 반년을 쉬는 건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정리 — 날씨가 나쁘면 목표를 미리 낮추세요. 몸의 신호가 오면 숫자는 그날로 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서브4가 무슨 뜻인가요
풀코스 42.195km를 4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입니다. 같은 식으로 서브3은 3시간, 서브5는 5시간입니다.
서브4 페이스가 1km에 몇 분인가요
5분 41초입니다. 여유를 두고 싶으시면 3시간 55분을 기준으로 잡아 5분 34초로 둘러도 됩니다.
하프를 몇 분에 뛰면 서브4가 가능한가요
현장 경험칙으로는 1시간 50분에서 55분 구간입니다. 아마추어 84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하프 기록이 마라톤 기록과 가장 강하게 연관됐으니, 목표를 정하기 전에 하프를 한 번 재보시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주에 몇 번 뛰어야 하나요
정해진 숫자는 없습니다. 앞서 본 연구에서 주간 주행거리가 기록과 연관되긴 했지만, 하프 기록보다는 연관이 약했습니다. 거리를 급하게 늘리면 부상 위험이 먼저 올라가니, 주당 10% 이내로 늘리세요.
중간에 걷게 되면 서브4는 끝인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어렵습니다. 5분 41초 페이스에는 여유가 거의 없어서, 한 번 걷기 시작하면 잃은 시간을 되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초반 페이스 관리가 그렇게 중요합니다.
에너지젤은 몇 개 필요한가요
시간당 탄수화물 30~60g 권고를 4시간에 적용하면 총 120~240g이고, 젤 하나가 20~30g이니 4~6개가 됩니다. 다만 훈련에서 미리 먹어본 제품만 가져가세요.
첫 풀코스에 서브4를 노려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첫 대회는 거리 자체가 미지수라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완주로 한 번 겪어보면 내 몸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알게 되고, 그 데이터로 두 번째 대회를 설계하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훈련 강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이시라면 조깅과 러닝의 차이를, 걸음 수를 손보고 싶으시다면 러닝 케이던스 완전정리를 함께 보세요.
참고한 자료
Salinero 외, Predicting race time in male amateur marathon runners, The Journal of Sports Medicine and Physical Fitness, 2016 — 아마추어 남성 84명(23~70세) 분석. 하프 기록과 마라톤 기록의 상관계수 0.812, 10km 0.732, 주간 주행거리 −0.479
Ristanović 외, Frontiers in Psychology, 2023 — 빈 시티 마라톤 2006~2018년 완주 기록 208,760건 분석. 구간별 속도 변화폭이 하위 그룹 7.9%, 상위 그룹 4.14%
Buist 외, 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0 — 초보 러너 532명을 13주 추적. 21%가 부상, 최근 1년 이내 부상 이력 시 위험비 2.7배
국제스포츠영양학회(ISSN), 영양 섭취 타이밍 공식 입장문, 2017 — 70분을 넘는 운동 시 시간당 탄수화물 30~60g 권고
구간별 통과 시간은 공식 거리 42.195km를 기준으로 직접 계산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심혈관 질환 이력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목표 기록을 정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