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초보가 아침에 아파트 현관 계단에 앉아 새 러닝화 끈을 묶는 모습

러닝 초보 준비물, 사는 것보다 정할 것 3가지

이번엔 진짜 달려보겠다고 마음먹은 날, 쇼핑 앱 장바구니부터 채워집니다. 러닝화, 스마트워치, 암밴드, 압박 양말, 에너지젤까지 담다 보니 결제 금액이 수십만 원입니다. 러닝 초보 준비물을 검색해 봐도 목록은 길어지기만 합니다.

그런데 처음 몇 달을 버티게 해주는 건 장바구니가 아니라 몇 가지 약속입니다. 일주일에 며칠 뛸지, 얼마나 느리게 뛸지, 어디가 아프면 멈출지. 이 글은 꼭 사야 할 것을 최소로 줄이고, 대신 먼저 정해야 할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정리 — 러닝 초보에게 필요한 건 긴 장비 목록이 아니라 요일, 속도, 멈출 기준입니다.

뭘 사야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나요

러닝화 한 켤레면 됩니다.

그것도 내 발 모양에 딱 맞춘 특별한 신발일 필요는 없습니다. 평발이면 안정화, 요족이면 쿠션화를 사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첫 신발부터 막막해지죠.

이걸 크게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 2014년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덴마크 연구는 달리기를 새로 시작하는 927명에게 발 모양과 상관없이 모두 같은 기본형 러닝화를 신기고 1년을 추적했습니다.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는 편인 사람도 부상 위험이 더 높지 않았고, 1,000km당 부상 건수는 오히려 조금 낮았습니다.

그러니 첫 신발은 매장에서 신어 보고 편한 기본형 러닝화면 충분합니다. 런닝화 이름에 붙은 기능 설명보다 발에 맞는지가 먼저입니다.

매장에서 30분째 고민 중이라면 볼 것은 다섯 가지뿐입니다. 발 길이, 폭, 뒤꿈치, 쿠션, 무게를 고르는 순서는 러닝화 앞에서 30분째 고민 중인 당신에게에 있습니다.

정리 — 발 모양에 맞춘 특수 신발 없이 기본형 러닝화로 시작해도 부상 위험은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초보가 첫해에 멈추는 이유는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장비가 모자라서 그만두는 경우는 드뭅니다. 앞의 덴마크 연구진이 같은 초보 930명을 1년간 본 결과, 254명이 한 주 이상 달리기를 줄여야 하는 부상을 겪었습니다. 네 명 중 한 명 이상입니다. 그 길목은 대체로 세 곳입니다.

너무 빠르게 뜁니다

출발할 땐 가벼웠는데 3분 만에 숨이 턱까지 차서 걷게 된 적이 있으시죠. 폐활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속도가 높았던 겁니다. 초보에게 맞는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느립니다. 옆 사람과 짧은 문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가 기준입니다.

너무 자주 뜁니다

재미가 붙으면 매일 나가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심장과 폐는 몇 주면 적응해도, 뼈와 힘줄은 그보다 느리게 따라옵니다. 숨은 괜찮은데 정강이나 무릎이 먼저 아파지는 이유가 이 속도 차이입니다.

아픈 신호를 넘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늘리는 속도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2008년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네덜란드 시험은 6.7km 대회를 준비하는 초보 532명을 둘로 나눴습니다. 한쪽은 일반적인 8주 계획, 다른 쪽은 매주 10%씩만 늘리는 느긋한 13주 계획이었습니다. 부상률은 20.8%와 20.3%였습니다.

둘 다 다섯 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계획표를 아무리 느긋하게 짜도 그것만으로는 부상이 줄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표가 아니라, 아픈 날 그 표를 내려놓을 수 있느냐입니다.

정리 — 빠른 속도, 잦은 빈도, 무시한 통증이 초보를 멈추게 하고, 느긋한 계획표만으로는 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러닝 준비물, 필요한 것과 나중에 살 것

그렇다고 신발 말고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 사야 할 것과 석 달 뒤에 사도 되는 것을 나누면 이렇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
기본형 러닝화 한 켤레 · 면이 아닌 러닝 양말 · 땀이 잘 마르는 상의
면 양말과 면 티셔츠는 땀을 머금고 마르지 않아 물집과 쓸림을 만듭니다.

있으면 편한 것
휴대폰 러닝 앱 · 휴대폰을 넣을 허리 가방이나 주머니 있는 바지
시계를 따로 사지 않아도 휴대폰 앱이 거리와 시간을 기록해 줍니다.

석 달 뒤에 봐도 되는 것
러닝 전용 시계 · 카본 레이싱화 · 에너지젤 · 압박 의류
한 시간 넘게 달리거나 대회에 나갈 즈음에야 쓸모가 생기는 물건들입니다.

러닝 초보 준비물로 러닝화와 러닝 양말, 잘 마르는 상의, 휴대폰만 바닥에 놓은 모습
첫 달에 필요한 건 이게 전부입니다.

물집은 양말 소재보다 발이 신발 안에서 미끄러지는 힘에서 생깁니다. 두께와 발목 높이를 고르는 기준은 러닝 양말 고르는 법에 있습니다.

정리 — 신발, 러닝 양말, 잘 마르는 상의면 시작하고, 시계와 카본화와 젤은 석 달 뒤에 봅니다.

사기 전에 먼저 정할 3가지

장바구니를 비웠다면 이제 달력과 규칙을 채울 차례입니다. 첫 한 달은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

요일을 정합니다

일주일에 세 번, 달리는 날 사이에 하루씩 비웁니다. 월·수·금이나 화·목·토처럼 요일을 아예 정해 두면 “오늘 나갈까”를 고민하는 데 힘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쉬는 날은 게으른 날이 아니라 뼈와 힘줄이 따라잡는 날입니다.

속도를 정합니다

시계 숫자 말고 말로 정합니다. 달리면서 “오늘 날씨 좋네” 정도의 문장을 끊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면 맞는 속도입니다. 안 된다면 걸어도 됩니다. 처음 몇 주는 1분 뛰고 2분 걷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식으로 시작해, 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세요.

러닝 초보 두 명이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가 되는 속도로 천천히 달리는 모습
옆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맞는 속도입니다.

멈출 기준을 정합니다

앞의 532명 시험이 보여준 것처럼 계획표보다 중요한 건 이 규칙입니다. 같은 자리가 달릴수록 더 아프거나, 다음 날 아침 걸을 때도 아프면 그 주는 거리를 줄이거나 쉽니다. 근육이 뻐근한 것과 한 자리가 콕 아픈 것은 다른 신호입니다.

“월수금 격일”이 왜 초보의 정답처럼 굳어졌는지, 셋째 날이 몸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러닝 초보가 주 3회만 뛰어야 하는 이유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대화가 되는 속도가 실제로 시계에선 몇 분대인지 궁금하다면, 말하기 테스트를 페이스로 옮기는 법이 시계 말고 대화로 잡는 러닝 초보 페이스에 있습니다.

정리 — 주 3회 격일, 말이 되는 속도, 한 자리가 콕 아프면 줄이기. 첫 한 달은 이 세 가지면 됩니다.

이럴 땐 달리기 전에 진료부터 받으세요

대부분은 오늘 바로 시작해도 됩니다. 다만 아래에 해당한다면 먼저 확인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슴이 조이거나 어지러운 적이 있다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걸을 때 이런 증상이 있었다면 운동을 늘리기 전에 진료가 먼저입니다. 달리는 중에 생기면 그 자리에서 멈추세요.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로 약을 먹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해도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강도를 어디까지 올려도 되는지 담당 의사와 한 번 상의하세요.

예전에 다친 관절이 지금도 아프다
무릎이나 발목에 통증이 남아 있다면 달리기가 그 자리를 더 자주 두드리게 됩니다.

뛰다가 한 자리가 콕 아파 절뚝이게 됐다
근육통과 다른 신호입니다. 며칠 쉬어도 그대로면 확인받으세요.

정리 — 가슴 증상, 복용 중인 약, 남아 있는 관절 통증은 달리기 전에 한 번 확인받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냥 운동화로 시작해도 되나요

한두 주 걷기와 뛰기를 섞어 보는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다만 바닥이 딱딱한 패션 운동화나 오래 신어 쿠션이 꺼진 신발은 달리기의 반복 충격을 받아주지 못합니다. 계속 달릴 생각이 들었다면 그때 기본형 러닝화 한 켤레를 사세요.

스마트워치가 꼭 필요한가요

아닙니다. 초보의 속도 기준은 시계 숫자가 아니라 말이 되느냐입니다. 거리와 시간 기록은 휴대폰 앱으로 충분하고, 시계는 대회를 준비하며 구간 페이스를 챙길 때쯤 사도 늦지 않습니다.

처음엔 얼마나 뛰어야 하나요

거리보다 시간으로 정하세요. 한 번에 20~30분, 뛰기와 걷기를 섞어서 시작합니다. 쉬지 않고 30분을 뛸 수 있게 되는 것이 첫 목표로 적당합니다.

30분까지 가는 9주 계획은 넷 중 한 명만 끝까지 갔습니다. 막힌 주를 반복해도 되는 이유와 끝까지 가는 규칙은 5km 완주, 9주 계획을 끝까지 가는 3가지 규칙에 있습니다.

러닝 전에 스트레칭을 꼭 해야 하나요

가만히 서서 늘리는 스트레칭보다 천천히 걷다가 가볍게 뛰기 시작하는 워밍업이 낫습니다. 첫 5분을 아주 느리게 달리는 것 자체가 준비운동입니다.

러닝 초보는 언제 대회에 나가도 되나요

쉬지 않고 30분을 뛸 수 있다면 5km 대회는 충분히 도전할 만합니다. 날짜가 정해지면 동기가 확 달라지니, 두세 달 뒤의 5km 대회를 목표로 잡아 보세요.

30분을 넘겼다면 다음은 첫 대회입니다. 5km, 10km, 하프 중 무엇을 신청할지와 접수 전에 확인할 다섯 가지는 첫 마라톤 대회 고르는 법에 있습니다.

정리 — 운동화로 맛보고, 시계는 나중에, 시간으로 시작해서, 30분을 넘기면 5km 대회를 잡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의 수치는 PubMed에 등록된 논문에서 가져왔습니다. 세 연구 모두 달리기를 새로 시작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자료라는 점에서 이 글의 독자와 가깝습니다. 다만 부상의 정의가 한 주 이상 달리기를 줄여야 했던 경우로 넓게 잡혀 있어, 병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만 센 숫자는 아닙니다.

Nielsen RO, Buist I, Parner ET 외. Foot pronation is not associated with increased injury risk in novice runners wearing a neutral shoe: a 1-year prospective cohort study.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4, 48(6):440-447. 초보 러너 927명 1년 추적. https://doi.org/10.1136/bjsports-2013-092202

Nielsen RO, Buist I, Parner ET 외. Predictors of Running-Related Injuries Among 930 Novice Runners: A 1-Year Prospective Follow-up Study. 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3, 1(1). 초보 러너 930명 1년 추적, 부상 254명. https://doi.org/10.1177/2325967113487316

Buist I, Bredeweg SW, van Mechelen W 외. No effect of a graded training program on the number of running-related injuries in novice runner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08, 36(1):33-39. 초보 러너 532명 무작위 대조시험, 8주와 13주 계획 비교. https://doi.org/10.1177/0363546507307505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 지속되는 관절 통증이 있다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