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던스가 뭔지 몰라도 180이라는 숫자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러닝 크루에서 들으셨든, 유튜브에서 보셨든, 시계에 숫자가 떠서 알게 되셨든 — 달리기를 시작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케이던스입니다. 그리고 그 말에는 항상 180이라는 숫자가 따라붙습니다.
먼저 뜻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케이던스는 1분 동안 발이 땅에 닿는 횟수입니다. 양발을 모두 셉니다. 시계에는 ‘분당 걸음 수’ 또는 ‘spm’으로 표시됩니다. 종종걸음을 치면 이 숫자가 올라가고, 보폭을 키우면 내려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내 시계는 165를 가리키는데 검색해보면 다들 180이 정답이라고 하고, 시계가 없는 분이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그래서 다음 날 억지로 발을 빨리 굴려봅니다. 3분도 안 돼서 숨이 턱에 차고, 종아리가 아프고, 달리는 게 아니라 종종걸음 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 “내가 폼이 나쁜 건가” 싶어집니다.
이 혼란은 정보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180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아서 생깁니다.
정리 — 케이던스 180은 모든 러너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아닙니다. 그 숫자의 출처를 알면 마음이 놓입니다.
180은 올림픽 선수 46명을 센 숫자입니다
이 숫자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나왔습니다. 유명 러닝 코치 잭 대니엘스가 경기를 보면서 장거리 선수 46명의 걸음 수를 직접 셌습니다. 그중 단 한 명만 180 아래였고, 그것도 176이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이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올림픽 경기를, 레이스 페이스로 뛰면서 나온 숫자입니다. 주말 아침에 한강을 넉넉하게 달리는 사람의 기준이 아닙니다.
그럼 일반 러너는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이 분당 150~170보 사이에 있습니다. 내 시계에 165가 찍힌다면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가장 흔한 숫자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걸 하나 더 말씀드리면, 케이던스는 페이스가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여유 있게 뛰는 날과 대회 당일의 숫자가 같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숫자를 항상 유지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정리 — 내 케이던스가 160대라면 고칠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상태입니다. 목표는 180이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입니다.
그럼 케이던스는 왜 신경 쓰라는 걸까요
180이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케이던스 자체는 분명히 중요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보폭이 너무 커집니다
같은 속도로 뛰는데 발을 적게 굴리면, 한 걸음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발이 몸보다 앞에 먼저 닿습니다. 오버스트라이드라고 부르는 상황입니다.
이때 발은 앞으로 나가려는 몸을 잠깐 붙잡는 브레이크가 됩니다. 매 걸음마다 살짝 멈췄다 다시 밀고 나가는 셈입니다.
무릎이 충격을 더 많이 받습니다
이건 실제로 측정된 숫자가 있습니다. 레크리에이션 러너 45명을 러닝머신에서 뛰게 하면서, 속도는 그대로 둔 채 걸음 수만 바꿔가며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를 재본 연구입니다. 2011년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에 실렸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평소보다 걸음 수를 5%만 늘려도 무릎이 흡수하는 충격이 줄었고, 10% 늘렸을 때는 골반까지 부하가 줄었습니다.
더 눈여겨볼 건 반대 방향입니다. 걸음 수를 10% 줄였더니 무릎·골반·발목 세 관절 모두에서 부하가 뚜렷하게 늘었습니다. 보폭을 키우는 게 몸에 얼마나 불리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무릎 앞쪽, 그러니까 슬개골 주변 통증은 초보가 가장 흔히 겪는 문제입니다.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연구에서는 걸음 수를 10% 올렸을 때 슬개대퇴 관절에 가해지는 힘이 14% 줄었습니다.
위아래로 튀는 힘이 낭비됩니다
보폭이 큰 달리기는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위로 뛰는 동작이 섞입니다. 연구 10편을 모아 검토한 2014년 『Sports Health』 문헌고찰은, 걸음 수를 늘리면 몸의 상하 진동폭, 지면을 받는 힘, 관절이 흡수하는 충격이 모두 줄었다고 정리합니다.
위로 튀는 데 쓴 힘은 앞으로 가는 데 쓰이지 않습니다. 떨어질 때 무릎이 받아내야 할 충격만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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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케이던스를 올리는 건 빨라지려는 게 아니라 보폭을 줄여 무릎이 받는 충격을 덜어내는 일입니다.
케이던스와 보폭, 페이스는 다릅니다
세 단어가 섞여 쓰이면서 혼란이 생깁니다. 구분해두면 나머지가 쉬워집니다.
케이던스
1분 동안 발이 땅에 닿는 횟수입니다. 양발을 모두 셉니다. 단위는 spm이고, 시계에는 보통 “분당 걸음 수”로 표시됩니다.
보폭
한 걸음의 길이입니다. 같은 속도라면 케이던스와 보폭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하나를 늘리면 다른 하나가 줄어듭니다.
페이스
1km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속도죠. 페이스 = 케이던스 × 보폭 관계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을 키워도 빨라지지만, 몸에 부담이 덜한 쪽은 케이던스입니다.
시계가 80 같은 숫자를 보여준다면 한쪽 발만 세고 있는 겁니다. 두 배하면 160이 됩니다. 설정을 확인해보세요.
정리 — 케이던스는 발 닿는 횟수, 보폭은 한 걸음 길이, 페이스는 그 둘을 곱한 결과입니다.
지금보다 5~10%만 올리면 됩니다
먼저 내 숫자를 압니다
시계가 있으면 평소 페이스로 10분 뛰면서 평균값을 봅니다. 없다면 30초 동안 오른발만 세고 네 배하면 됩니다. 20번이면 160입니다.
중요한 건 평소 뛰는 편한 페이스에서 재는 것입니다. 잴 때만 빨리 뛰면 기준이 없어집니다.
목표는 180이 아니라 내 숫자의 105%입니다
160이셨다면 첫 목표는 168입니다. 180이 아닙니다. 앞서 본 연구에서 부하가 줄어든 구간이 바로 +5%와 +10%였습니다. 그 이상은 검증된 범위 밖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습니다. 속도는 그대로 둡니다. 발을 빨리 굴리되 보폭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페이스는 같게 유지하는 게 핵심입니다. 케이던스도 올리고 속도도 올리면 그건 그냥 전력질주입니다.
박자를 귀로 넣습니다
머리로 세면서 뛰는 건 불가능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메트로놈 앱
목표 숫자를 그대로 입력하고 따라갑니다. 가장 정확합니다.
BPM이 맞는 음악
168 spm을 노린다면 168BPM 또는 84BPM 곡을 틀면 됩니다. 지루하지 않아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4주에 걸쳐 올립니다
한 번에 바꾸면 종아리가 버티지 못합니다. 종아리 근육과 발목이 새 리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 1주차 — 달리기 마지막 5분에만 박자를 틀고 맞춥니다
- 2주차 — 중간 10분으로 늘립니다
- 3주차 — 절반을 목표 케이던스로 뜁니다
- 4주차 — 박자 없이 뛰어보고 숫자를 확인합니다
4주차에 목표치에 안 닿아도 괜찮습니다. 160에서 164만 올라가도 무릎이 받는 부하는 줄어들어 있습니다.
함께 읽기 — 시계 말고 ‘대화’로 잡는 러닝 초보 페이스
정리 — 내 숫자를 재고, 5%만 올리고, 속도는 그대로 두고, 4주에 걸쳐 익힙니다.
이럴 땐 케이던스를 건드리지 마세요
케이던스 조정은 안전한 편이지만, 아래 상황에서는 멈추셔야 합니다.
지금 멈춰야 하는 신호
- 종아리 앞쪽이 달리는 동안 점점 아파지는 경우. 걸음 수를 갑자기 올렸을 때 가장 흔합니다
- 종아리가 묵직하게 부은 느낌이 다음날까지 가는 경우
- 발목 뒤쪽, 아킬레스건이 당기거나 아침에 뻣뻣한 경우
- 박자를 맞추다 호흡이 계속 가빠지는 경우. 속도까지 같이 올라간 겁니다
애초에 지금 할 일이 아닌 경우
-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안 된 경우. 먼저 무리 없이 꾸준히 뛰는 게 먼저입니다
- 대회가 3주 이내로 남은 경우. 대회 직전에 주행 방식을 바꾸는 건 변수만 늘립니다
- 이미 무릎이나 발목에 치료 중인 부상이 있는 경우. 담당 의사나 물리치료사와 먼저 상의하세요
케이던스는 달리기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주간 거리를 갑자기 늘리는 것이 부상의 더 큰 원인이고, 그걸 내버려둔 채 숫자만 고치면 소용이 없습니다.
정리 — 통증이 생기면 숫자를 되돌리세요. 케이던스는 부상을 감수하면서 올릴 만한 것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케이던스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1분 동안 발이 땅에 닿는 횟수입니다. 양발을 모두 셉니다. 원래 음악에서 박자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달리기에서는 발의 박자를 가리키게 됐습니다.
케이던스 160이면 문제인가요?
아닙니다. 일반 러너의 대부분이 150~170 사이입니다. 다만 160 아래는 보폭이 큰 주행에서 자주 나타나는 숫자라, 무릎이나 종아리가 자주 아프시다면 한번 올려볼 만합니다. 아프지 않다면 굳이 건드릴 이유는 없습니다.
케이던스 170이면 충분한가요?
충분합니다. 170은 일반 러너 기준으로 상위권입니다. 여기서 180을 억지로 맞추려다 자세가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키가 크면 케이던스가 낮은 게 당연한가요?
경향상 다리가 길면 보폭이 커서 같은 속도에서 걸음 수가 적게 나옵니다. 그래서 키가 큰 분이 180을 기준으로 잡으면 더 무리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숫자의 5%로 잡으세요.
케이던스를 올리면 빨라지나요?
직접적으로는 아닙니다. 보폭을 줄이면서 걸음 수를 늘리는 거라 속도는 같습니다. 다만 부하가 줄어들면 더 오래 달릴 수 있고, 더 오래 달리면 결국 빨라집니다. 돌아서 가는 길입니다.
시계 없이도 할 수 있나요?
됩니다. 30초 동안 한쪽 발만 세고 네 배하면 됩니다. 맞추는 건 메트로놈 앱이나 BPM이 맞는 음악이면 충분합니다. 시계를 사기 전에 먼저 이렇게 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언덕이나 내리막에서도 같은 숫자를 유지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오르막에서는 자연스럽게 보폭이 줄고 걸음 수가 올라갑니다. 내리막에서는 보폭이 커지기 쉬운데, 내리막이야말로 보폭을 줄이는 게 무릎에 좋습니다. 수치는 평지에서만 보세요.
주행 방식을 정리했다면 다음은 대회입니다 — 첫 마라톤 완주 가이드, 8주 남았다면 이것부터
참고 자료 — 이 글의 수치는 PubMed에서 확인한 논문을 근거로 했습니다. 관절 부하 변화는 Heiderscheit 외의 2011년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게재 논문(레크리에이션 러너 45명 대상), 슬개대퇴 관절력 14% 감소는 Lenhart 외의 2014년 같은 학술지 게재 논문(성인 30명 대상), 걸음 수와 주행 역학의 전반적 관계는 Schubert 외의 2014년 『Sports Health』 게재 체계적 문헌고찰(연구 10편 검토)을 따랐습니다. 180 spm의 유래는 잭 대니엘스가 1984년 LA 올림픽에서 장거리 선수 46명의 걸음 수를 직접 센 기록입니다.
의학적 고지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지속되거나 치료 중인 부상이 있는 경우 주행 방식을 바꾸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