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는 해놓았는데 5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가 계속 걸리시죠. 컷오프는 제한시간 안에 그 지점을 지나지 못하면 교통통제가 풀리면서 회수차를 타야 하는 선을 말합니다. 완주 기록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가 그 안에 드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컷오프는 마지막 10km가 아니라 전반에서 갈립니다. 국내 풀코스 제한시간은 대체로 5시간, 1km 7분 6초 페이스입니다. 그런데 기록 9만여 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러너는 후반에 평균 12~16% 느려집니다. 그 둔화를 계산에 넣으면 전반을 2시간 30분이 아니라 2시간 19분에 끊어야 합니다. 대회별 제한시간, 구간별 통과 시간, 그리고 걸어도 되는 범위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나는 5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가장 불안한 질문이니 먼저 답하겠습니다. 지금 상태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 3가지가 있습니다.
10km를 1시간 10분 안에 대화하면서 뛸 수 있다 — 숨이 턱에 차서 겨우 들어오는 기록이면 안 됩니다. 옆 사람과 짧은 문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최근 석 달 안에 3시간 이상 쉬지 않고 움직여본 적이 있다 — 거리보다 시간입니다. 5시간짜리 대회는 결국 다섯 시간 동안 서 있는 일입니다.
주간 거리 40km를 4주 이상 유지했다 — 한 주 반짝 뛴 기록이 아니라 유지한 기간을 봅니다.
이 중 둘 이상이면 5시간 완주는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하나뿐이라면 이번 대회는 완주 자체를 목표로 잡고 뒤에 나오는 걷기 구간 계획으로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이 세 가지는 연구가 정해준 숫자가 아니라 판단 기준입니다. 뛰어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쓰는 눈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뉴욕시티마라톤 완주자 1,174,331명을 반세기에 걸쳐 분석한 2019년 『Research in Sports Medicine』 연구에서, 평균 완주 기록은 해가 갈수록 오히려 느려졌습니다. 대회 현장은 빠른 사람만 모인 곳이 아닙니다.
정리 — 10km 1시간 10분, 3시간 연속 운동 경험, 주 40km 4주. 둘 이상이면 5시간은 해볼 만합니다.
컷오프에 걸리는 이유는 대개 넷 중 하나입니다
연습 때 하프를 2시간 20분에 뛰던 사람이 대회에서 5시간을 넘기는 일은 흔합니다. 이유는 체력보다 구조 쪽에 있습니다.
후반에 페이스가 무너집니다
가장 큰 이유입니다. 미국 대회 14개에서 모은 기록 91,929건을 분석한 2015년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 연구를 보면, 후반 페이스는 전반보다 남성 평균 15.6%, 여성 평균 11.7% 느려졌습니다. 완주 기록이 느린 그룹일수록 둔화 폭이 컸고, 그 경향은 남성에게서 더 뚜렷했습니다.
같은 연구는 후반에 30% 이상 느려지는 경우를 급격한 둔화로 따로 분류했는데, 그 급락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자주 나타났습니다. 전반을 제한시간 페이스 그대로 끊었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내 시계의 시간과 대회의 시간이 다릅니다
교통통제 해제 시각은 출발 신호를 기준으로 잡힙니다. 뒤쪽 그룹에 서 있었다면 출발선을 밟기까지 십 분 넘게 걸리기도 하는데, 그 시간이 내 시계에는 안 찍힌다는 게 문제입니다. 접수한 대회 요강에서 제한시간이 출발 신호 기준인지 개인 기록 기준인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멈춰 서 있는 시간이 쌓입니다
급수대에서 종이컵을 잡고 마시고 버리는 데 한 번에 20초씩만 써도, 열 군데면 3분이 사라집니다. 여기에 화장실 줄이 한 번 걸리면 5분에서 10분입니다. 달리는 속도는 그대로인데 시계만 가는 구간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 시간은 계획에 미리 넣어두어야 합니다.
초반에 주변 속도에 끌려갑니다
출발 직후는 사람이 빽빽해서 내 페이스가 아니라 주변 페이스로 뛰게 됩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마라톤 9개 대회의 남자 673명·여자 549명 기록을 분석한 2016년 『Journal of Sports Sciences』 연구는, 실력이 비슷한 상대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달린 선수가 후반 둔화가 가장 적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무리를 옮겨 다니거나 혼자 뛰는 방식은 덜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만 세계 정상급 선수 자료라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고, 방향만 읽으시면 됩니다.
같은 페이스를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결국 마지막에 앞서 있다는 뜻입니다. 컷오프는 빨리 뛰는 사람이 아니라 고르게 뛰는 사람을 통과시킵니다.
정리 — 후반 둔화, 출발 대기 시간, 멈춰 서 있는 시간, 초반 오버페이스. 네 가지 모두 출발 전에 손대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내 대회의 제한시간은 몇 시간인가
5시간이 표준처럼 통하지만 대회마다 다릅니다. 종목별로 기준 페이스가 어떻게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풀코스 5시간
1km 7분 6초 · 중간 지점 2시간 30분
서울마라톤, JTBC 서울마라톤, 경주국제마라톤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회가 이 기준입니다.
풀코스 5시간 30분
1km 7분 49초
춘천마라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30분 차이가 1km당 43초의 여유를 만듭니다.
풀코스 6시간
1km 8분 32초
대구마라톤처럼 여유를 둔 대회도 있습니다. 첫 완주가 목표라면 이런 대회부터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프 2시간 30분
1km 7분 6초
2026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요강 기준입니다. 풀코스 5시간과 같은 페이스라는 점이 의외입니다.
10km 1시간 30분
1km 9분
같은 요강에서 10km에 적용된 제한시간입니다. 빠르게 걷는 속도가 9분 안팎이니 상당히 여유로운 편입니다.
도쿄마라톤 7시간
1km 9분 57초
해외 메이저 대회는 제한시간이 더 깁니다. 같은 풀코스라도 2시간이 더 주어집니다.
이 숫자들은 해마다 바뀔 수 있습니다. 접수한 대회 홈페이지의 대회요강에서 제한시간 항목을 직접 확인하시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확인할 때 구간별 통제시간이라는 항목이 따로 있는지도 보세요. 중간 지점마다 통과 시각을 정해둔 대회라면, 최종 제한시간보다 그 중간 시각이 먼저 닥칩니다.
제한시간을 넘기면 교통통제가 해제되고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회수차로 이동하게 됩니다. 도로를 우리가 정해진 시간만큼 빌려 쓰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정리 — 5시간이 흔하지만 대회마다 다릅니다. 요강의 제한시간과 구간별 통제시간을 모두 확인하세요.
목표 기록별 1km 페이스는 마라톤 페이스 차트 — 목표 기록별 1km 페이스 정리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전반을 2시간 19분에 끊으세요
산수는 간단합니다. 총시간이 300분을 넘지 않아야 하고, 후반이 전반보다 15.6% 느려진다고 보면, 전반에 쓸 수 있는 시간은 139분, 즉 2시간 19분입니다. 여성 평균인 11.7%를 넣으면 2시간 22분이 나옵니다.
중간 지점을 2시간 30분에 통과하면 되겠지 싶으실 텐데, 그렇게 끊으면 평균적인 둔화만 있어도 5시간 23분으로 들어옵니다. 제한시간을 절반으로 나누는 계산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다만 2시간 19분은 여유가 없는 숫자입니다. 화장실에 한 번 들르면 그대로 넘칩니다. 실제로는 전반 2시간 15분을 목표로 잡으시면 사고 한 번은 감당할 수 있습니다.
구간별 통과 시간
전반을 2시간 19분에 끊고 후반에 평균만큼 느려졌을 때의 통과 시각입니다. 손목이나 번호표 뒷면에 적어 가시면 됩니다.
10km 1시간 6분 · 중간 지점 2시간 19분 · 30km 3시간 27분 · 35km 4시간 5분 · 40km 4시간 43분
이 시각보다 늦어지고 있다면 더 달려서 만회하려 하지 마세요. 눈앞의 1km를 눈에 보이게 빨리 뛰면 뒤에서 더 많은 시간을 잃습니다.
출발 전에 정해두는 것들
먼저 화장실은 출발 전에 해결합니다. 대회 당일 아침의 화장실 줄은 생각보다 깁니다. 출발 구역 집합 시각보다 40분 이상 일찍 도착해 한 번 다녀오시는 게 코스에서 10분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그다음 급수 규칙을 정합니다. 모든 급수대에서 멈추면 시간이 쌓입니다. 초반에는 건너뛰고 중반 이후에만 들르되, 멈추지 말고 빠르게 걸으면서 마시는 편이 낫습니다. 컵을 세로로 살짝 접어 잡으면 덜 흘립니다.
이어서 걷는 구간을 미리 정해둡니다. 힘들어졌을 때 걷는 것과 정해둔 지점에서 걷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30km 이후 1km마다 30초씩 걷기로 정해두면, 쉬는 순간이 예측 가능해져 페이스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출발 그룹에서 내 목표와 비슷한 사람 옆에 섭니다. 페이서가 있는 대회라면 5시간 풍선을 찾으세요. 혼자 시계를 보며 계산하는 것보다 사람을 따라가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정리 — 전반 2시간 15분을 목표로 잡고, 화장실과 급수와 걷는 구간을 출발 전에 정해두세요.
대회 전날 밤에 뭐를 챙겨야 하는지는 마라톤 대회 준비물 체크리스트에 정리돼 있습니다.
이럴 땐 기록보다 멈추는 쪽입니다
제한시간은 다음 대회에 다시 잡으시면 됩니다. 아래 신호가 보이면 숫자를 놓으세요.
가슴이 누르는 듯이 아프거나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때 — 즉시 멈추고 가까운 진행 요원에게 알리세요. 들어가서 쉬면 나아지겠지 하고 버틸 상황이 아닙니다.
땀이 멈추고 오한이 들거나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울 때 — 더운 날 대회에서 위험한 신호입니다. 그늘로 빠져 의료 부스를 찾으세요.
근육이 아니라 뼈의 한 지점이 콕 아프고 절뚝일 때 — 피로골절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버티면 몇 달을 쉬게 됩니다. 오늘 몇 킬로미터와 다음 시즌 전체를 바꾸는 거래입니다.
회수차 안내를 받았을 때 — 그 시점부터 도로는 일반 차량이 다니는 길로 돌아갑니다. 안내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는 것은 본인에게도 다른 참가자에게도 위험합니다.
정리 — 가슴, 체온, 뼈의 한 점. 이 셋 중 하나라도 걸리면 완주보다 중단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컷오프에 걸리면 기록은 남나요
대회마다 처리가 다릅니다. 보통은 완주로 인정되지 않아 기록증이 나오지 않고, 칩을 찍은 구간까지의 기록만 조회됩니다. 정확한 기준은 요강에 적혀 있으니 접수하신 대회 안내를 보세요.
걷기만 해서도 5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아주 빠르게 걷는 속도가 1km에 9분쯤인데, 그 속도를 끝까지 유지해도 6시간 20분이 걸립니다. 제한시간이 6시간인 대회에서도 빠듯한 수치입니다. 달리기와 걷기를 섞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내 시계 기록과 대회 기록 중 어느 쪽으로 걸리나요
도로 통제는 출발 신호를 기준으로 풀립니다. 뒤쪽 그룹이었다면 출발선을 밟기까지 걸린 시간도 제한시간 안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다만 기록증에 찍히는 공식 기록은 대회에 따라 개인 기록을 쓰기도 합니다. 이 둘은 별개로 보셔야 합니다.
하프마라톤 제한시간은 몇 시간인가요
2시간 30분이 흔합니다. 2026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요강이 하프 2시간 30분, 10km 1시간 30분을 두고 있습니다. 1km로 환산하면 7분 6초로, 풀코스 5시간과 같은 페이스입니다.
연습에서 모두 후반에 느려지나요
15.6%는 평균이지 정해진 숫자가 아닙니다. 같은 연구에서 둔화가 10% 미만인 사람들도 따로 분류될 만큼 있었고, 경험이 많을수록 둔화 폭이 작았습니다. 다만 계획을 세울 때는 평균을 기준으로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한시간을 확인했다면, 남은 건 남은 기간을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 첫 마라톤 완주 가이드 — 8주 남았다면 이것부터
참고한 자료
페이스 둔화와 구간 계산은 아래 연구의 평균값을 근거로 했습니다. 국내 대회의 제한시간은 해마다 바뀔 수 있으므로 접수하신 대회의 요강을 기준으로 삼으셔야 합니다.
Deaner RO 외, Men are more likely than women to slow in the marathon,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 2015, 47(3), 607-616 — 미국 대회 14개의 기록 91,929건. 후반 페이스 둔화 남 15.6% / 여 11.7% https://doi.org/10.1249/MSS.0000000000000432
Vitti A 외, The New York City Marathon: participation and performance trends of 1.2M runners during half-century, Research in Sports Medicine, 2019, 28(1), 121-137 — 완주자 1,174,331명. 평균 완주 기록의 연도별 변화 https://doi.org/10.1080/15438627.2019.1586705
Hanley B, Pacing, packing and sex-based differences in Olympic and IAAF World Championship marathons, Journal of Sports Sciences, 2016, 34(17), 1675-1681 — 9개 대회 남자 673명·여자 549명. 무리 유지와 후반 둔화의 관계 https://doi.org/10.1080/02640414.2015.1132841
2026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요강 — 하프 2시간 30분, 10km 1시간 30분, 제한시간 이후 교통통제 자동 해제
연구 자료는 PubMed에서 확인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대회 중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멈추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