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마라톤을 신청해 놓고 달력을 세어 보니 12주가 남았습니다. 지금은 5km도 겨우 뛰는데 21.0975km를 뛸 수 있을지, 12주가 충분한 시간인지 감이 안 오시죠. 검색하면 훈련표는 쏟아지는데, 그중 어느 것이 나에게 맞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3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다면 12주는 충분합니다. 갈리는 것은 주간 거리가 아니라 가장 긴 날 한 번을 어디까지 올리느냐입니다. 이 글에서는 12주를 기초·쌓기·조정 3단계로 나누는 방법과, 주차별로 가장 긴 날을 얼마까지 늘릴지를 정리했습니다.
12주면 됩니다, 출발선만 맞으면
가장 두려운 질문부터 답하겠습니다. 12주는 하프 마라톤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에게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훈련 습관이 없던 남성 20명에게 17주짜리 하프 마라톤 프로그램을 시킨 시험에서 최대산소섭취량이 의미 있게 올랐고, 안정 시 심박수와 체지방률도 함께 내려갔습니다. 같은 기간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대조군 22명에게서는 그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만 초록은 최대산소섭취량이 올랐다는 것까지만 밝히고 몇 퍼센트 올랐는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12주 뒤 내 기록이 얼마가 된다는 약속이 아니라, 이 정도 기간이면 몸이 실제로 바뀐다는 방향으로 읽으시면 됩니다.
그래서 출발선을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지금 쉬지 않고 30분을 뛸 수 있다, 주 3회 달리기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무릎이나 정강이에 지금 아픈 곳이 없다. 이 셋 중 둘이 해당하면 이 글의 12주 계획을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하나뿐이라면 앞 4주를 걷기와 달리기를 섞는 구간으로 바꿔 시작하세요. 이 세 줄은 연구가 정해준 숫자가 아니라 판단 기준입니다.
정리 — 30분 연속 주행이 되면 12주는 충분하고, 안 되면 앞 4주를 걷기와 섞는 구간으로 바꿉니다.
12주를 쓰고도 무너지는 이유 4가지
기간이 모자라서 실패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대부분은 다음 네 가지 중 하나에서 갈립니다.
먼저 의욕이 앞서 주 4~5회로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전향 연구 36편에 참여한 러너 23,047명을 모은 2022년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체계적 고찰을 봤습니다. 이 고찰에서 전체의 26.2%가 달리기 관련 부상을 겪었고 부위는 무릎 25.8%, 발과 발목 24.4%, 종아리 24.4% 순이었습니다. 다만 같은 고찰은 주간 거리나 빈도 같은 훈련 변수와 부상의 연관이 연구마다 일관되지 않았다고도 적었습니다. 그러니 주 4~5회가 곧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몸이 적응할 날을 두지 않은 채 빈도부터 올리는 것은 초보가 굳이 감수할 일은 아닙니다.
그다음은 매주 거르지 않고 거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초보 러너 874명을 1년간 추적한 2014년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조사에서, 2주 동안 주간 거리를 30% 넘게 늘린 그룹은 10% 미만으로 늘린 그룹보다 거리와 관련된 부상 위험비가 1.59로 나왔습니다. 다만 신뢰구간이 0.96에서 2.66까지 걸쳐 있어 통계적으로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연구진도 탐색적인 결과라고 적었습니다. 널리 쓰이는 ‘2주에 30% 넘게 늘리지 말라’는 권고는 여기서 나왔습니다.
이어서 가장 긴 날을 끝내 만들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회 준비 기간부터 참가자를 추적한 2020년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조사는 하프 참가자 556명의 훈련 기록을 따로 분석했습니다. 주간 훈련량이 32km를 넘은 사람은 완주 시간이 약 4.19분 짧은 것과 연관이 있었고, 가장 긴 지구력 주행이 21km를 넘은 사람도 약 3.87분 짧은 쪽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두 항목 모두 후반에 페이스가 덜 밀리는 것과 연관이 있었고, 같은 조사에서 훈련량과 부상 사이의 연관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은 대회 직전 2주에 불안해서 더 뛰는 것입니다. 11주를 잘 쌓아 놓고도 마지막에 욕심을 내서 다리가 무거운 채로 출발선에 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2주는 실력을 올리는 기간이 아니라 쌓아 둔 것을 꺼내 쓸 수 있게 만드는 기간입니다.
정리 — 12주가 무너지는 자리는 기간이 아니라 빈도, 늘리는 폭, 가장 긴 날, 그리고 마지막 2주입니다.
같은 12주라도 출발선은 다릅니다
남의 훈련표를 그대로 베끼면 바로 여기서 어긋납니다. 2015년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에 실린 조사는 대회 한 달 전부터 참가자 943명을 추적해 154명이 부상을 보고한 것을 확인했고, 러닝 경력이 5년 이하인 사람에게서 부상이 더 많았습니다. 같은 계획표라도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느 줄에 서 있는지를 먼저 정하셔야 합니다. 세 가지로 나눠 봤습니다.
5km가 아직 벅찹니다
앞 4주를 1분 뛰고 2분 걷는 식으로 바꾸고, 가장 긴 날 목표를 16km까지만 잡습니다. 남은 5km는 걷고 들어오면 됩니다.
30분은 쉬지 않고 뜁니다
이 글의 12주 계획을 그대로 씁니다. 목표는 기록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10km를 한 번에 뛰어봤습니다
쌓기 구간을 한 주 앞당기고 가장 긴 날을 20km까지 올립니다. 이 줄에서는 목표 시간을 잡아볼 수 있습니다.
정리 — 계획표를 고르기 전에 지금 연속으로 뛸 수 있는 시간으로 내 줄을 먼저 정합니다.
12주를 3단계로 나눕니다
주 3회를 기준으로 기초 4주, 쌓기 6주, 조정 2주로 나눕니다. 주간 총 거리를 주차별로 그리면 이런 모양이 됩니다.
막대 하나가 그 주의 총 거리입니다. 4주차와 8주차가 앞 주보다 낮은 것은 일부러 줄인 회복주이기 때문입니다. 올리기만 하면 2주 기준 30%를 금세 넘기게 됩니다.
기초 1~4주
주간 16~20km · 주 3회 · 가장 긴 날 8~10km. 속도는 생각하지 않고, 옆 사람과 말이 되는 속도로만 뜁니다.
쌓기 5~10주
주간 22~32km · 주 3회 · 가장 긴 날 12km에서 20km까지. 세 번 중 한 번만 긴 날이고, 8주차에 한 번 줄였다가 다시 올립니다.
조정 11~12주
주간 12~20km · 가장 긴 날 10km 이하. 거리만 줄이고 뛰는 횟수는 그대로 둡니다.
한 주는 짧게 한 번, 편하게 한 번, 길게 한 번으로 씁니다. 달리는 날 사이에는 하루를 비우고, 긴 날은 일정을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요일로 고정해 둡니다.
앞서 본 하프 참가자 556명 자료에서 기록과 연관이 있었던 선은 주간 32km와 가장 긴 날 21km였습니다. 멈추지 않고 들어오는 것이 목표라면 이 선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노린다면 10주차를 여기에 맞추면 됩니다.
마지막 2주를 얼마나 줄일지 정했다면, 남은 건 숫자를 지키는 일입니다 — 마라톤 테이퍼링, 2주 전부터 얼마나 줄일까요
정리 — 기초 4주, 쌓기 6주, 조정 2주로 나누고 가장 긴 날을 8km에서 20km까지 올립니다.
이럴 땐 계획보다 몸을 먼저 봅니다
12주 계획은 지키려고 만든 것이지만, 다음 중 하나가 나타나면 계획보다 몸이 앞입니다.
아픈 자리를 손가락 한 개로 콕 짚을 수 있고 그 자리가 뼈에 닿아 있다면 멈추고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통증이 넓게 퍼져 있지 않고 한 점에 모이는 것은 근육보다 뼈 쪽에서 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걷는 중에도 통증이 남거나, 뛰기 시작한 뒤 푸는 대신 점점 심해지는 경우도 같습니다.
같은 자리가 3주 넘게 계속 아프면 주당 거리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단계입니다. 대회까지 3주도 안 남은 시점에 새로 생긴 통증이라면,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껴도 거리를 늘리는 쪽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멈췄다면, 다음은 언제 다시 뛰느냐입니다 — 부상 후 러닝 복귀, 다시 뛰어도 되는지 3가지로 확인
정리 — 한 점에 모이는 통증과 3주 넘게 가는 통증은 계획을 손볼 자리가 아니라 진료를 받을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금 10km도 못 뛰는데 12주로 될까요
됩니다. 대신 앞 4주를 1분 뛰고 2분 걷는 식으로 바꾸고, 가장 긴 날 목표를 16km까지만 잡으세요. 남은 거리를 걷고 들어와도 완주는 완주입니다. 다만 신청한 대회의 제한 시간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훈련 중에 21km를 한 번은 뛰어봐야 하나요
완주만 놓고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서 본 556명 자료에서 21km 초과는 더 빠른 기록과 연관이 있었을 뿐, 완주의 조건으로 제시된 것은 아닙니다. 18~20km를 한 번 만들어 두면 나머지는 대회 당일의 분위기와 급수대가 채워 줍니다.
주 3회로 하프 마라톤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주간 거리를 세 번에 나누면 하루치가 길어지므로, 늘리는 폭을 더 조심스럽게 잡으셔야 합니다. 주 4회로 늘리고 싶다면 긴 날을 늘리는 대신 짧고 편한 날을 하나 더 넣는 쪽이 안전합니다.
중간에 2주를 못 뛰었으면 어디로 되돌리나요
쉬기 직전 주의 70% 정도로 한 주를 보낸 뒤 원래 계획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비운 기간이 2주를 넘었다면 가장 긴 날 목표를 한 칸 낮춰 잡습니다. 이 숫자는 연구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다시 올리는 폭을 2주 기준 30% 안쪽으로 지키기 위한 판단 기준입니다.
하프 마라톤 목표 시간은 어떻게 잡나요
첫 대회라면 시간보다 일정한 페이스를 목표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완주자 78,912명의 구간 기록을 분석한 2026년 『PLOS One』 조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같은 페이스로 간 그룹은 평균 217분에 들어왔고, 후반에 크게 밀린 그룹은 평균 276분이었습니다. 풀코스 자료라 하프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앞을 빨리 나갈수록 뒤가 무너진다는 방향은 참고할 만합니다.
계획을 잡았다면, 남은 건 대회를 고르는 일입니다 — 첫 마라톤 대회 고르는 법, 5가지만 확인하세요
정리 — 첫 하프는 목표 시간보다 끝까지 같은 페이스를 목표로 잡습니다.
참고 자료
본문에 인용한 자료는 PubMed에서 찾은 논문이며, 원문은 모두 영어입니다. 표본 수를 함께 적어 두었으니 숫자의 무게를 가늠하실 때 참고하세요.
Fokkema T 외. Training for a (half-)marathon: Training volume and longest endurance run related to performance and running injuries.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20;30(9):1692-1704. 하프 참가자 556명, 풀코스 참가자 441명. https://doi.org/10.1111/sms.13725
Nielsen RØ 외. Excessive progression in weekly running distance and risk of running-related injuries: an association which varies according to type of injury.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2014;44(10):739-747. 초보 러너 874명 1년 추적. https://doi.org/10.2519/jospt.2014.5164
Fredette A 외. The Association Between Running Injuries and Training Parameters: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2022;57(7):650-671. 전향 연구 36편, 러너 23,047명. https://doi.org/10.4085/1062-6050-0195.21
van Poppel D 외. Risk factors for lower extremity injuries among half marathon and marathon runners of the Lage Landen Marathon Eindhoven 2012.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2016;26(2):226-234. 참가자 943명, 부상 보고 154명. https://doi.org/10.1111/sms.12424
Dong Q, Li Z. Pacing strategy patterns and performance outcomes in marathon running: A large-scale analysis of split time data. PLOS One. 2026;21(7):e0352808. 보스턴 마라톤 완주자 78,912명.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52808
Stoutenberg M 외. Aerobic training does not alter CRP in apparently healthy, untrained men. The Journal of Sports Medicine and Physical Fitness. 2012;52(1):53-62. 17주 하프 마라톤 프로그램, 훈련군 20명과 대조군 22명. PubMed PMID 22327087.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계속되거나 심해지면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