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발을 올려놓자마자 “평발이시네요”라는 말을 듣고 나온 적 있으시죠. 아니면 집에서 발바닥을 한참 들여다봤는데도 이게 평발인지 아닌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검색해 들어오셨을 겁니다.
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아치는 발바닥 안쪽이 활처럼 떠 있는 곡선입니다. 이 아치가 낮아 바닥에 넓게 닿으면 평발, 반대로 아치가 높아 닿는 면이 좁으면 요족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확인 방법 3가지를 알려드립니다. 다만 순서를 바꿔서, 확인해서 뭘 할 수 있는지 부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게 검색하신 진짜 이유일 테니까요.
정리 — 아치는 발 안쪽의 활 모양 곡선이고, 낮으면 평발 높으면 요족입니다.
평발이면 달리기를 하면 안 되나요
아닙니다.
평발이라는 사실 하나로 달리기를 접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군은 이 문제를 아주 큰 규모로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신병들의 발 모양을 검사했습니다. 한쪽 그룹에는 발 모양에 맞춰 신발을 배정했습니다. 평발엔 모션컨트롤, 보통엔 안정화, 요족엔 쿠션화를 준 겁니다. 다른 쪽은 발 모양과 상관없이 전원 안정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훈련 기간의 부상을 진료 기록으로 셌습니다.
“발 아치 높이를 기준으로 러닝화를 고르는 것은 군 기초훈련 중 부상 위험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 크나픽 J 외,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2014), 무작위 대조시험 3편 메타분석, 표본 7,203명
두 그룹의 부상률 비는 남성 0.97(95% 신뢰구간 0.88~1.06), 여성 0.97(0.85~1.08)이었습니다. 1.00이 “차이 없음”이니, 사실상 같았다는 뜻입니다. 신발 종류별로 쪼개서 비교해도 차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리 — 발 모양에 맞춰 신발을 배정해도 부상은 줄지 않았습니다. 평발이라는 진단이 달리기를 막지는 않습니다.
발 모양만으로 신발을 정하기 어려운 이유 4가지
그러면 왜 발 모양 맞춤이 기대만큼 먹히지 않았을까요. 자료가 가리키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먼저, 눈으로 본 발자국과 실제 아치 높이가 자주 어긋납니다. 같은 사람의 발을 두 방법으로 재본 연구가 있습니다.
“개인의 실측 아치 높이가 발자국으로 판정한 분류와 일치한 경우는 65%에 그쳤고,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정확도는 낮아졌습니다.” — 스웨들러 D 외,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010), 표본 3,968명
바꿔 말하면 세 명 중 한 명꼴이 잘못 분류된 셈입니다. 저아치로 분류된 사람들의 오른발 실측 아치 높이는 평균 33.5mm, 정상은 40.4mm, 고아치는 43.1mm로 순서는 맞았습니다. 다만 각 집단의 편차가 7mm 안팎이라 서로 넓게 겹쳤습니다. 평균은 다른데 개인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다음으로, 몸무게가 실릴수록 판정이 더 어긋납니다. 위 연구에서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발자국 판정이 틀렸습니다. 발바닥이 닿는 면적은 체중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발 모양과 움직임의 연결이 생각보다 느슨합니다. 논문 12편을 모아 본 체계적 고찰은 평발일수록 뒤꿈치가 좌우로 더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효과 크기가 작고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달리기가 아니라 걷기를 잰 것이라, 방향을 참고하는 정도로 읽는 게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상과 더 붙어 있던 것은 발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공군 신병 2,676명을 다룬 시험에서는 남녀 모두 낮은 유산소 체력과 흡연이 독립적인 부상 위험요인에 포함됐습니다. 그 목록에 발 모양은 없었습니다.
정리 — 발 모양 판정은 세 번에 한 번꼴로 틀리고, 맞혀도 달릴 때 움직임과의 연결이 약합니다.
집에서 하는 자가진단 3가지, 어디까지 알 수 있나
그래도 내 발이 어느 쪽인지는 궁금하시죠.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각각 무엇까지 알려주고 무엇을 못 보는지 같이 적겠습니다.
젖은 발자국 테스트
방법 — 발바닥을 물에 적신 뒤 마른 종이나 땅바닥에 평소처럼 서서 체중을 실었다가 뗍니다. 옆에 누가 있으면 위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세요.
보는 것 — 앞발과 뒤꿈치를 잇는 가운데 띠가 얼마나 넓은가입니다. 거의 통째로 찍히면 아치가 낮은 쪽, 가늘게 이어지면 중간, 띠가 끊어져 앞발과 뒤꿈치만 남으면 아치가 높은 쪽입니다.
못 보는 것 — 앞서 본 대로 이 방법은 실측 아치 높이와 65%만 일치했습니다. 방향을 잡는 용도지 진단서가 아닙니다.

신발 밑창 닳은 자리 보기
방법 — 지금 가장 오래 신은 신발을 뒤집어 바닥면이 어느 쪽부터 닳았는지 봅니다.
보는 것 — 내 발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의 흔적입니다. 가만히 서 있을 때의 모양보다 움직일 때의 정보가 남습니다.
못 보는 것 — 닳는 자리는 발 모양만이 아니라 그 신발의 밑창 재질, 주로 걷는 바닥, 걸음걸이에도 좌우됩니다. 이것만으로 평발을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치 아래 손가락 넣어보기
방법 — 맨발로 서서 발 안쪽 아치 아래로 검지손가락을 밀어 넣어 봅니다.
보는 것 — 첫 마디가 겨우 들어가면 보통, 전혀 안 들어가면 낮은 편, 손가락 전체가 쑥 들어가면 높은 편입니다.
못 보는 것 — 손가락 굵기가 사람마다 다르고 기준이 없습니다. 아치가 아예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로만 쓰십시오.

정리 — 세 방법 모두 대략의 방향을 줄 뿐, 신발을 정해줄 만큼 정밀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무엇을 보고 고르나 — 실제로 할 일 3가지
발 모양이 기준이 되지 못한다면 무엇이 남는가. 다행히 남는 것들은 전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신어보고 편한 쪽 고르기 — 매장에서 두 종류 이상을 같은 양말로 신고 걸어보세요. 손으로 눌러 보는 쿠션감은 신고 달렸을 때의 느낌과 다릅니다. 발이 가장 부은 오후나 저녁에 가면 실제 달릴 때와 가깝습니다.
발 길이와 폭 재기 — 백지를 바닥에 놓고 체중을 실은 채로 발 둘레를 따라 그리면 됩니다. 양발을 다 재고 긴 쪽을 기준으로 생각하세요. 사람마다 좌우 길이가 다릅니다. 러닝화는 발끝 앞에 엄지 하나가 들어갈 만큼 여유를 두는 게 흔히 쓰는 기준입니다.
통증이 있다면 위치와 시점 적기 — 어느 부위가, 달리기 중인지 끝난 뒤인지 다음날 아침인지를 메모해 두세요. 발 모양보다 이 기록이 병원에서 훨씬 쓸모가 있습니다.
평발이라고 반드시 안정화를 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본 시험에서는 모두에게 안정화를 준 대조군과 발 모양에 맞춰 나눠 준 그룹의 부상률이 같았습니다. 그러니 안정화를 신어봐서 편하면 신으시고, 불편하면 굳이 버틸 이유가 없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 쿠션 빵빵한 러닝화, 무릎에 정말 좋을까 / 러닝화 종류 완전정리 / 족저근막염 러닝화 — 아침 첫 발이 아프다면
정리 — 발 모양 이름보다 신어봤을 때의 편함과 실측한 발 치수가 훨씬 단단한 기준입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에게 가세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신발을 고를 때의 기준입니다. 이미 증상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침 첫 발이 아플 때 — 자고 일어나 발을 딛는 순간 발뒤꿈치가 찌릿하고, 몇 걸음 걸으면 나아지는 패턴입니다. 족저근막염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한쪽 발만 모양이 변했을 때 — 원래 양쪽이 비슷했는데 한쪽 아치만 주저앉았거나, 안쪽 복사뼈 아래가 붓고 아프면 미루지 마세요.
통증이 2주 넘게 이어질 때 — 쉬었는데도 같은 자리가 계속 아프면 신발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가 걷기를 싫어할 때 — 아이의 평발은 대부분 자라면서 바뀁니다. 다만 아파하거나 발이 뻣뻣하면 확인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한 가지 같이 말씀드리면, 평발이 아예 무관하다고 말하는 자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 신병 805명을 1년간 추적한 코호트 연구가 있습니다. 이 중 111명의 부상을 분석했는데, 평발이 과사용 부상의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로 나왔습니다. 다만 같은 목록에 하지 부상 이력과 입대 전 달리기 부족이 함께 올라 있었고, 위험이 얼마나 커지는지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방향으로만 읽으시면 됩니다.
정리 — 모양이 아니라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는 것이고, 아플 때 신발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평발이면 마라톤 완주가 어려운가요
아닙니다. 앞서 본 군 시험에서 발 모양은 부상률을 갈라놓는 요인이 아니었고, 대신 유산소 체력이 낮은 쪽이 부상과 연결됐습니다. 완주를 가르는 것은 발 모양보다 누적 거리와 회복입니다.
젖은 발자국 테스트는 얼마나 정확한가요
3,968명을 대상으로 발자국 판정과 실측 아치 높이를 비교한 연구에서 일치율은 65%였습니다. 절반보다는 맞지만, 신발을 결정할 근거로 쓰기엔 부족합니다.
평발인데 모션컨트롤화를 꼭 신어야 하나요
의무는 아닙니다. 발 모양별로 나누어 준 그룹과 모두에게 같은 안정화를 준 그룹의 부상률이 거의 같았습니다. 신어보고 편하면 좋은 선택이고, 감싸는 느낌이 불편하면 다른 걸 보셔도 됩니다.
요족은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하나요
요족에는 쿠션화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 배정을 검증한 시험에서도 부상이 줄지는 않았습니다. 아치가 높은 발은 발바닥이 닿는 면적이 좁아 한 지점에 느낌이 몰리기 쉬우니, 신어봤을 때 한 곳이 콕 눌리는 느낌이 없는 신발을 고르시는 편이 낫습니다.
양쪽 발 모양이 다른데 괜찮은가요
흔한 일입니다. 신발은 더 큰 쪽 발에 맞추고, 작은 쪽은 끈을 조이거나 양말로 맞추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예전에는 같았는데 최근 한쪽만 달라졌다면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깔창을 따로 사야 하나요
아프지 않고 불편하지도 않다면 먼저 살 이유는 없습니다. 통증이 있어서 찾는 경우라면 진단을 먼저 받고, 그에 맞춰 고르는 순서가 낫습니다.
정리 — 질문이 무엇이든 답은 같습니다. 발 모양 이름이 아니라 신어본 느낌과 통증 유무로 정합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의 수치는 PubMed에 등록된 논문에서 가져왔습니다. 핵심 근거는 군 기초훈련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입니다. 표본이 크고 설계가 튼튼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대상이 주로 젊은 신병이고 관찰 기간이 수개월이라는 한계도 같이 가집니다. 보행 연구와 달리기는 다르다는 점도 본문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Knapik JJ, Trone DW, Tchandja J, Jones BH. Injury-reduction effectiveness of prescribing running shoes on the basis of foot arch height: summary of military investigations.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2014, 44(10):805-812. 무작위 대조시험 3편 메타분석, 표본 7,203명. https://doi.org/10.2519/jospt.2014.5342
Swedler DI, Knapik JJ, Grier T, Jones BH. Validity of plantar surface visual assessment as an estimate of foot arch height.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010, 42(2):375-380. 표본 3,968명. https://doi.org/10.1249/MSS.0b013e3181b571cc
Knapik JJ, Brosch LC, Venuto M 외. Effect on injuries of assigning shoes based on foot shape in air force basic training.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2010, 38(1 Suppl):S197-S211. 무작위 대조시험, 표본 2,676명. https://doi.org/10.1016/j.amepre.2009.10.013
Knapik JJ, Trone DW, Swedler DI 외. Injury reduction effectiveness of assigning running shoes based on plantar shape in Marine Corps basic training.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0, 38(9):1759-1767. 무작위 대조시험, 표본 1,411명. https://doi.org/10.1177/0363546510369548
Buldt AK, Murley GS, Butterworth P, Levinger P, Menz HB, Landorf KB. The relationship between foot posture and lower limb kinematics during walking: A systematic review. Gait & Posture, 2013, 38(3):363-372. 논문 12편 체계적 고찰, 보행 기준. https://doi.org/10.1016/j.gaitpost.2013.01.010
Wang X, Wang PS, Zhou W. Risk factors of military training-related injuries in recruits of Chinese People’s Armed Police Forces. Chinese Journal of Traumatology, 2003, 6(1):12-17. 코호트 연구, 표본 805명(부상 111명).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있거나 발 모양이 최근 변했다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