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라톤 대회를 고르려고 접수 페이지까지 열었는데, 종목 칸에서 손이 멈추셨나요? 5km를 고르면 아쉬울 것 같고, 하프를 고르면 감당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목록을 닫고 나면 대회가 왜 이렇게 많은지도 막막해집니다.
첫 마라톤 대회는 어느 대회가 좋은 대회인지로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 몸이 감당하는 거리와, 서늘한 날짜 이 두 가지로 고르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첫 대회가 후회로 끝나는 이유 4가지, 5km와 10km와 하프 중 무엇을 신청할지, 접수 전에 확인할 5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쓰러지면 어쩌나 걱정된다면 이 숫자부터 보세요
첫 대회를 앞두고 가장 자주 올라오는 걱정은 완주가 아니라 몸입니다. 중간에 쓰러지면 어쩌나, 구급차에 실려 가는 일이 나에게도 생기나 하는 쪽입니다.
2021년 『Clinical Journal of Sport Medicine』에 실린 고찰은 5km부터 풀코스까지 로드레이스 의료 기록을 다룬 2000년부터 2018년까지의 연구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마라톤 사망은 참가자 10만 명당 0.3~5건으로 드물었고, 열사병이나 심정지 같은 중증 사건도 드문 쪽에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의료 텐트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은 피부 벗겨짐, 근육과 관절 통증, 탈진으로 주저앉는 일이었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비율은 낮았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첫 대회의 위험은 대회장에 있지 않습니다. 내 준비와 어긋난 종목을 고르는 데서 옵니다. 그러니 종목부터 정하겠습니다.
지금 쉬지 않고 40분을 뛸 수 있다
10km를 신청하세요. 대회까지 8주 이상 남았다면 무리가 아닙니다.
20~30분은 되지만 40분은 벅차다
10km를 신청하고 걷기를 섞어 완주하거나, 5km 부문이 있으면 5km가 편합니다.
10km를 이미 편하게 뛰고, 16주를 훈련에 쓸 수 있다
그때 하프를 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아니면 이번에는 10km입니다.
이 세 가지는 연구가 정해준 숫자가 아니라 판단 기준입니다. 다만 기준을 세워두면 접수 페이지에서 분위기에 밀려 종목을 올려 잡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정리 — 대회장은 혼자 뛰는 길보다 안전한 환경입니다. 위험은 내 준비보다 한 칸 위의 종목을 고를 때 생깁니다.
첫 마라톤 대회가 후회로 끝나는 이유 4가지
모든 분기가 접수 버튼을 누를 때 정해집니다. 훈련보다 선택이 먼저입니다.
욕심이 종목을 한 칸 올립니다
가장 흔합니다. 10km를 써놓고 하프로 고쳐 신청하고, 하프를 써놓고 풀코스로 올립니다. 기간은 그대로인데 거리만 길어진 상황이 됩니다.
초보 러너 532명을 13주 훈련 기간 동안 추적한 2010년 『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연구를 보면, 21%가 달리기 관련 부상을 한 번 이상 겪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남자 참가자의 부상 위험을 가장 크게 올린 요인은 훈련량이 아니라 지난 1년 이내의 부상 이력이었고, 위험비는 2.7배였습니다.
종목을 한 칸 올리는 일은 훈련량을 갑자기 늘리는 일과 같습니다. 최근에 발목이나 무릎에 문제가 있었다면, 거리를 정하기 전에 그쪽을 먼저 해결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훈련 계획이 궁금하시다면 — 첫 마라톤 완주 가이드, 8주 남았다면 이것부터
더운 달을 고릅니다
날짜는 대회를 고를 때 가장 과소평가되는 항목입니다. 그런데 기록과 고통은 여기서 가장 크게 갈립니다.
2014년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에 실린 연구는 같은 시카고마라톤의 두 해를 비교했습니다. 2007년은 평균 기온 26.67도, 2009년은 2.77도였고 두 해를 합쳐 남성 22,990명과 여성 13,233명의 구간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나이와 성별, 완주 시간을 함께 넣고 봐도 더위는 그 자체로 페이스 유지를 나쁘게 만드는 요인이었고, 엘리트가 아닌 참가자에게서 그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느린 러너가 더위에서 손해 보는 방식은 좀 다릅니다. 일본 여자선수권 마라톤 62개 대회-연도의 구간 기록을 서늘한 날(5~10도)과 따뜻한 날(15.1~21도)로 나눠 본 2008년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 연구에서, 상위권 선수는 후반에 크게 감속한 반면 100위권 완주자는 후반 감속 폭이 두 조건에서 거의 같았습니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전 구간이 느려졌습니다. 더운 날에는 시작부터 이미 다른 몸이라는 뜻입니다.
색이 붉을수록 더운 달입니다. 국내 대회가 봄과 가을에 몰려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 대회라면 3~4월이나 10~11월에 열리는 대회를 먼저 보시는 게 좋습니다.
제한시간을 안 보고 신청합니다
접수 페이지에는 종목별로 제한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정해진 시각까지 결승선이나 중간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기록이 남지 않거나 도중에 돌아서야 하는데, 이걸 컷오프라고 부릅니다.
10km는 제한시간에 걸리는 일이 드물지만, 하프와 풀코스는 제한시간이 사실상 합격선입니다. 숫자는 대회마다 다르고 해마다 바뀌기도 합니다. 검색해서 나온 숫자 말고 지금 신청하려는 대회의 공지를 직접 열어 확인하세요. 중간 관문 제한이 따로 있는 대회도 있습니다.
이동과 잠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대회는 대개 이른 아침에 출발합니다. 먼 도시의 대회를 신청하면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게 되고, 전날 밤에는 긴장해서 잠을 설칩니다.
잠이 기록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있습니다. 2021년 『Chronobiology International』에 실린 연구는 미국에서 서머타임 전환일에 열린 봄 대회 18개를 같은 코스의 다른 해 대회와 비교했습니다.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잠이 깎인 날의 평균 완주 시간은 12.3분(4.1%) 느렸습니다. 반면 시계를 되돌려 잠을 더 자는 가을 전환일 대회 29개는 1.4분(0.5%) 차이에 그쳤습니다. 기온은 두 조건에서 비슷했습니다.
자연실험이라 단정까지는 어렵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첫 대회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고르세요. 먼 곳을 고르겠다면 전날 숙소를 잡을 수 있는지까지 포함해서 정하는 게 맞습니다.
정리 — 종목, 날짜, 제한시간, 이동. 네 가지 모두 훈련이 아니라 접수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5km, 10km, 하프 중 어느 칸을 누를까
같은 대회 안에 있어도 종목이 다르면 사실상 다른 운동입니다. 준비 기간과 훈련 중 최장 거리로 나눠 보겠습니다.
5km
준비 4~6주 · 주 2~3회 · 훈련 중 최장 3~4km
아직 20분 연속 주행이 벅찬 분에게 맞습니다. 제한시간 부담은 거의 없습니다.
10km
준비 8~10주 · 주 3회 · 훈련 중 최장 6~7km
첫 대회의 기본값입니다. 끝까지 뛰어도 대개 60~80분이라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지 않습니다.
하프 21.0975km
준비 16~20주 · 주 3~4회 · 훈련 중 최장 16~18km
10km를 이미 편하게 뛰는 분의 다음 칸입니다. 제한시간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풀코스 42.195km
준비 20주 이상 · 주 4~5회 · 훈련 중 최장 30km
첫 대회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을수록 완주보다 부상이 먼저 옵니다.
이 수치는 초보 러너를 기준으로 흔히 쓰이는 준비 기간이지 연구가 정한 경계는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남은 기간이 그 종목의 준비 기간보다 짧다면, 종목을 한 칸 내리는 게 맞습니다. 대회는 내년에도 열립니다.
종목을 정했다면, 다음은 페이스입니다 — 마라톤 페이스 차트, 목표 기록별 1km 페이스 정리
정리 — 종목은 욕심이 아니라 남은 주수로 고릅니다.
접수 버튼을 누르기 전 확인할 5가지
대회 공지를 열어두고 이 순서대로 내려가면 5분이면 끝납니다.
종목
지금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시간으로 정합니다. 40분이면 10km입니다.
날짜
서늘한 달인지, 그리고 오늘부터 대회까지 남은 주수가 그 종목의 준비 기간을 넘는지 봅니다.
제한시간
종목별 제한시간과 중간 관문 제한을 공지에서 직접 확인합니다.
코스
오르막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도로인지 산길인지를 봅니다. 첫 대회는 평지가 편합니다.
이동
출발 시각에서 거꾸로 계산해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를 적어봅니다.
네 번째 항목은 넘기기 쉬운데, 코스 조건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해발고도가 서로 다른 16개 대회에서 21위부터 100위까지의 기록을 모은 2014년 『High Altitude Medicine and Biology』 연구를 보면, 기온과 누적 상승고도를 통제하고도 해발이 1,000m 높아질 때마다 완주 시간이 남성 10.8%, 여성 12.3% 늘었습니다. 국내 대회는 해발 차이가 클 일이 없으니, 우리가 볼 것은 해발이 아니라 코스 안의 오르막입니다.
대회를 정했다면, 남은 건 가방입니다 — 마라톤 대회 준비물 체크리스트
정리 — 다섯 가지는 모두 접수 페이지와 대회 공지 안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읽지 않을 뿐입니다.
이럴 땐 신청을 미루셔야 합니다
지난 1년 이내에 무릎이나 발목, 발바닥을 다쳤고 지금도 뛸 때 통증이 남아 있다면 접수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앞서 본 초보 러너 532명 연구에서, 남성 참가자에 한해 부상 이력은 훈련량보다 큰 위험 요인이었습니다. 여성 참가자에게는 이 요인이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심혈관 질환 이력이나 고혈압, 당뇨가 있다면 대회 신청 자체보다 훈련을 늘리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시는 게 맞습니다.
더위를 서늘한 날씨로 피할 수 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15km 대회 참가자 227명의 심부체온을 재본 2014년 『Journal of Science and Medicine in Sport』 연구는 서늘한 조건에서 치러졌는데도, 결승선 심부체온이 평균 39.2도였고 참가자의 15%가 40도 이상이었습니다.
열사병 343건을 모은 2020년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연구에서는 여성의 위험이 29% 낮았고, 나이와 열 지수를 함께 넣고 보자 19~39세 구간에서 발생이 많았습니다. 젊고 건강하다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회 중에 이런 신호가 오면 기록을 포기하고 가까운 의료 텐트로 가세요. 갑자기 오한이 들거나 소름이 돋는 경우, 피부가 오히려 말라 있는 경우, 어지럽거나 주변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경우, 가슴이 조이듯 아프거나 숨이 비정상적으로 차는 경우입니다.
정리 — 전에 다친 곳이 아직 아프면 이번 대회는 넘기고, 대회 당일에는 기록보다 신호를 먼저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첫 마라톤 대회는 5km부터 나가는 게 맞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 30~4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고 대회까지 8주 이상 남았다면 10km가 더 적합합니다. 5km는 아직 20분 연속 주행이 벅찬 때, 또는 대회 분위기를 먼저 겪어보고 싶을 때 좋은 선택입니다.
대회는 몇 개월 전에 신청해야 하나요?
그 종목의 준비 기간보다 조금 길게 잡으시면 됩니다. 10km라면 대회까지 10주 정도 남았을 때 신청하는 식입니다. 다만 규모가 큰 대회는 접수 시작과 동시에 신청이 몰리므로, 마음에 둔 대회가 있다면 접수 개시일을 미리 확인해 두세요.
첫 대회를 여름에 신청해도 되나요?
가능하지만 굳이 첫 대회를 그때 고를 이유는 없습니다. 앞에서 본 자료처럼 더위는 빠른 사람보다 느린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느리게 만듭니다. 여름 대회에 나간다면 기록 목표를 내려잡고 수분 계획을 따로 세우십시오.
제한시간을 넘기면 어떻게 되나요?
대회마다 다릅니다. 기록만 남지 않는 곳도 있고, 중간 관문에서 회수 차량을 타고 이동하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공지에 적혀 있으니 신청 전에 확인하시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큰 대회와 작은 대회 중 어디가 첫 대회로 낫나요?
첫 대회라면 규모가 있는 쪽이 대체로 편합니다. 급수대와 화장실, 의료 텐트가 구간마다 배치되고 안내도 친절합니다. 대신 출발 직후 사람이 몰려 마음대로 뛰기 어렵고, 그 혼잡함이 내 페이스를 올려놓는 일도 생깁니다. 목표가 완주라면 초반 혼잡한 구간을 그냥 느리게 통과하시면 됩니다.
참고 자료 — 이 글의 수치는 PubMed에서 확인한 논문을 근거로 했습니다. 종목별 준비 기간과 접수 신청 시기처럼 연구가 정해준 숫자가 아닌 부분은 본문에 그렇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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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y MR, Martin DE, Cheuvront SN, Montain SJ. Effect of ambient temperature on marathon pacing is dependent on runner ability.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 2008;40(9):1675-80. (대회-연도 62건의 구간 기록) https://doi.org/10.1249/MSS.0b013e3181788da9
O’Connor PJ, Kancheva M. Marathon run performance on daylight savings time transition days: results from a natural experiment.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021;39(1):151-157. (봄 대회 18개·가을 대회 29개) https://doi.org/10.1080/07420528.2021.1974471
Buist I, Bredeweg SW, Lemmink KAPM, van Mechelen W, Diercks RL. Predictors of running-related injuries in novice runners enrolled in a systematic training program. 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0;38(2):273-80. (초보 러너 532명, 13주 추적) https://doi.org/10.1177/0363546509347985
Veltmeijer MTW, Eijsvogels TMH, Thijssen DHJ, Hopman MTE. Incidence and predictors of exertional hyperthermia after a 15-km road race in cool environmental conditions. Journal of Science and Medicine in Sport. 2015;18(3):333-7. (참가자 227명) https://doi.org/10.1016/j.jsams.2014.04.007
Belval LN, Giersch GEW, Adams WM 외. Age- and Sex-Based Differences in Exertional Heat Stroke Incidence in a 7-Mile Road Race.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2020;55(12):1224-1229. (열사병 343건) https://doi.org/10.4085/1062-6050-5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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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고지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대회 신청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