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대회 페이스를 지키려고 달리면서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러너

10km 대회 페이스, 첫 5km에서 갈립니다

1km 표지판에서 시계를 봤더니 계획보다 20초쯤 빨랐던 적 있으시죠. 주변이 다 뛰어나가니 혼자 느리게 갈 수가 없고, 몸도 가벼워서 그냥 따라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벌어둔 시간은 7km쯤에서 이자까지 붙어 돌아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0km는 첫 5km를 목표보다 살짝 느리게 가는 쪽이 이깁니다. 10km 완주자 16,315명의 기록에서 후반이 밀린 폭은 평균 3~4%였고, 그 폭이 어디서 생기는지가 꽤 분명합니다. 후반이 밀리는 이유 3가지와, 당일 구간을 넷으로 나눠 가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10km는 무너지는 거리가 아닙니다

가장 걱정되는 게 “중간에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일 테니 먼저 답하겠습니다. 10km에서 그런 일은 드뭅니다.

2021년 『Medicina』에 실린 조사가 오슬로 대회 기록을 그대로 뜯어봤습니다. 같은 날 같은 코스에서 열린 10km 완주자 16,315명과 풀코스 완주자 8,828명의 전반·후반 기록을 4년치 모아 비교한 자료입니다.

후반이 전반보다 느려진 폭은 이렇게 갈렸습니다. 10km는 여성 3.99%, 남성 3.38%였고 풀코스는 여성 9.85%, 남성 12.70%였습니다. 10km에서는 남녀 차이도 없었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날 뛴 기록에서 나온 숫자라 거리 차이 외의 변수가 적습니다.

3~4%가 얼마인지 감이 안 오실 수 있습니다. 1km 6분 페이스에 대입하면 1km에 11~14초 정도입니다. 이건 연구에 나온 숫자가 아니라 산수로 옮긴 값입니다. 뒤로 갈수록 한 걸음씩 무거워지지만 주저앉는 정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10km의 목표는 완주가 아니라 배분입니다. 첫 대회라면 이렇게 정하고 나가시면 됩니다. 첫 5km는 목표 페이스보다 1km당 10초 느리게, 5km를 지나고 나서 남은 힘만큼 올립니다. 연구가 정해준 숫자가 아니라 위의 3~4%를 미리 덜어두려고 잡은 판단 기준입니다.

정리 — 10km 후반 밀림은 3~4%로 풀코스의 3분의 1입니다. 완주를 걱정할 거리가 아니라 배분을 정할 거리입니다.

후반이 밀리는 이유 3가지

힘이 모자라서 밀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10km에서는 그보다 이른 단계에서 원인이 정해집니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같은 힘에 더 빠르게 갑니다

이게 꽤 분명하게 확인된 항목입니다. 2020년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에 실린 실험에서 남자 러너 14명이 10km를 두 번 뛰었습니다. 한 번은 혼자 기록만 재면서, 한 번은 상대와 나란히 경쟁하면서입니다.

결과는 경쟁할 때 39분 32초, 혼자 뛸 때 40분 28초로 56초 차이가 났습니다. 주목할 건 나머지 대부분이 같았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를 나눠 가는 방식도, 지금 얼마나 힘든지 느끼는 정도도 두 조건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달랐다고 보고된 것은 기분 쪽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같은 정도로 힘들다고 느낀 상황에서 실제 속도는 더 나왔습니다. 연습할 때 숨이 목에 차는 정도를 기준으로 대회를 뛰면 생각보다 빠른 페이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표본이 14명으로 작은 실험이라 숫자보다 방향으로 읽는 편이 낫습니다.

빠른 출발은 상위권의 방식이 아닙니다

출발하고 느리게 나가면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실제 기록은 반대로 나옵니다.

2022년 같은 학술지에 실린 분석은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여자 마라톤 완주자 40명을 2017년 런던 대회 완주자 78명과 나란히 놓고 출발 페이스를 봤습니다. 초반에 1~10위 선수들은 자신의 개인 최고 페이스의 93.7% 수준으로, 하위 그룹은 96.6%로 갔습니다. 숫자가 헷갈려 보이지만 상위권이 더 여지를 남기고 나갔다는 뜻입니다.

단 이건 극한 더위에서 열린 풀코스 자료이고, 연구자들도 배분만으로 완주 실패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10km에 그대로 대입하기보다 보수적인 출발이 손해는 아니다는 방향으로 읽으십시오.

날이 더우면 계획이 그대로 말립니다

국내 10km 대회는 봄과 가을에 몰려 있지만, 출발 시간이 늦으면 기온이 올라가는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2023년 『Experimental Physiology』에 실린 실험은 레크리에이션 러너의 10km 자율 페이스 주행 75건을 33도 환경에서 재었습니다. 평균 완주 시간은 53.9분이었고, 끝날 때 심부 체온은 39.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같은 자료를 2026년에 다시 분석한 『Journal of Thermal Biology』 논문은, 더운 조건에선 체감 노력을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나가거나 후반을 더 빠르게 가는 배분을 권했습니다.

시계에 적어간 숫자를 그대로 지키는 것이 더운 날엔 불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온이 높으면 목표를 1km당 10~20초 느리게 다시 잡으십시오.

정리 — 옆 사람, 출발 흥분, 기온 세 가지가 계획보다 빠른 초반을 만듭니다.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처음이 빨라서 밀립니다.

되고 싶은 페이스와 지금 가능한 페이스 구분하기

배분을 정하기 전에 목표 숫자 자체가 현실적인지 먼저 봐야 합니다. 사실 후반에 밀리는 가장 흔한 이유는 멘털이 아니라 지킬 수 없는 숫자를 가지고 나가는 것입니다.

아래 세 가지는 연구가 정해준 기준이 아니라, 위의 자료들을 받쳐 줄 만한 판단 기준입니다. 하나씩 확인해 보십시오.

지난 4주에 쉬지 않고 뛴 최장 거리 — 이게 10km보다 짧으면 목표는 시간이 아니라 완주입니다. 시계는 가리고 뛰시는 분도 있습니다. 8km 이상 뛴 적이 있다면 시간 목표를 잡으실 수 있습니다.

그 거리를 뛸 때의 1km 페이스 — 대회 목표는 그 페이스와 같거나 5~10초 더 빠른 선에서 잡습니다.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페이스를 대회 당일 처음 시도하면 거의 후반에 밀립니다.

그 페이스에서 말이 나오는가 — 짧은 문장 한 번은 끝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 5km는 이 정도 여지가 남는 상황이어야 하고, 그것이 안 되면 이미 너무 빠른 것입니다.

세 가지 중 둘이 걸리면 목표를 1km당 10초 늦춰서 다시 잡으십시오. 대회 나가서 바꾸는 것보다 집에서 바꾸는 편이 훨씬 싸게 끝납니다.

최장 거리가 8km가 안 된다면
목표는 시간이 아니라 완주입니다. 중간에 걸어도 기록은 남습니다.

최장 거리가 8km를 넘었다면
그때의 1km 페이스에서 5~10초까지만 올립니다.

목표 페이스에서 말이 안 나오면
이미 너무 빠른 숫자입니다. 10초 늦춰서 다시 잡으십시오.

정리 — 목표 페이스는 최장 거리와 그때의 페이스에서 나옵니다. 막연한 숫자를 들고 출발선에 서지 않습니다.

지금 페이스가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시계 말고 대화로 잡는 러닝 초보 페이스를 먼저 보십시오.

당일 구간을 넷으로 나눠 갑니다

목표 페이스를 정했다면 남은 건 나눠 가는 순서입니다. 한 숫자를 10km 내내 지키는 것은 연습에서도 어려우니, 구간을 넷으로 나눠서 가지고 나가십시오.

빠름느림목표 페이스흔한 실수권하는 배분0km5km10kmoneul.run

주황은 흔히 나오는 모양이고, 청록은 이 글이 권하는 모양입니다. 두 선이 만나는 지점이 5km입니다.

먼저 0~2km, 목표보다 1km당 10~15초 느리게 — 주변이 다 빠르게 나가는 구간이니 일부러 느리게 잡으셔야 계획 페이스가 나옵니다. 1km 표지판에서 시계를 한 번 보시고, 목표보다 빠르면 그 자리에서 내리십시오.

그다음 2~5km, 목표보다 10초 느린 페이스로 유지 — 이 구간이 생각보다 편해야 정상입니다. 여기서 지금 여유 있으니 좀 더 빠르게 가자는 판단이 후반의 3~4%를 만듭니다.

이어서 5~8km, 목표 페이스로 올림 — 이제 목표 숫자에 맞춥니다. 체감은 이미 힘들어졌는데 시계에 찍힌 숫자는 아까와 별로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어긋나는 느낌이 배분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징표입니다.

마지막에 8~10km, 남은 힘만큼 — 여기에서 올릴 힘이 남아 있으면 초반을 잡은 것이 맞았다는 뜻입니다. 남지 않았더라도 첫 5km를 지키며 왔으면 밀리는 폭은 작습니다.

오슬로 기록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마지막에 연습 방향을 하나 제시해 두었습니다. 초보 러너는 풀코스에 도전하기 전에 10km나 하프 대회를 몇 번 뛰며 후반이 밀리지 않는 배분을 먼저 만들어 보는 편이 낫다는 제언이었습니다. 기록도 나아지고 부상 위험도 낮아지며 달리는 일이 더 즐겁다는 이야기입니다.

첫 10km를 이렇게 뛰어 보면 그다음 대회에서 쓸 숫자가 확실해집니다. 그게 10km가 연습장이 되는 방식입니다.

정리 — 첫 5km는 목표보다 10초 느리게, 남은 5km는 목표로, 마지막 2km는 남은 힘만큼 갑니다.

아직 대회를 고르는 중이시라면 첫 마라톤 대회 고르는 법, 5가지만 확인하세요에 종목과 날짜를 정하는 기준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목표 기록별 1km 페이스 숫자는 마라톤 페이스 차트 — 목표 기록별 1km 페이스 정리에서 거리별로 확인하십시오.

이럴 땐 페이스를 버리십시오

지금까지는 숫자를 지키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대로 숫자를 바로 놓으셔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가슴이 조이거나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면 — 그날의 기록은 여기서 끝내십시오. 멈춘 뒤에도 가시지 않으면 대회 의료부나 의료진을 바로 찾으십시오.

더운 날에 힘이 훅 빠지거나 땀이 안 나면 — 앞서 본 실험에서 10km를 마치는 시점의 심부 체온은 39.6도에 이릅니다. 시계가 체온까지 알려주지는 않으니, 체감이 달라지면 속도를 내리고 그늘로 들어가십시오.

한 곳이 지지는 듯 아프고 걸음마다 심해지면 — 통증을 참고 끝까지 가면 몇 주를 쉬어야 합니다. 10km 하나와 바꿀 것이 아닙니다.

8km에서 목표가 무리라는 것이 분명해지면 — 이건 문제가 아니니 걷기를 섞으십시오. 익숙해지면 걷는 구간을 미리 정해 둘 수도 있습니다.

정리 — 가슴·어지러움·한 곳의 지지는 통증은 기록이 아니라 멈춤으로 답하는 신호입니다.

걷기를 미리 계획에 넣고 싶으시다면 마라톤 걷기 전략, 걸으면 기록이 밀릴까요를 보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10km 첫 대회 목표 시간은 어떻게 잡나요

지난 4주에 쉬지 않고 뛴 최장 거리와 그때의 페이스가 시작점입니다. 그 페이스에 10km를 곱하면 대략의 수치가 나오고, 거기서 1~2분 정도 여지를 두십시오. 첫 대회는 시간보다 후반이 밀리지 않는 것을 목표로 잡는 편이 다음 대회에 더 도움이 됩니다.

5km 연습 기록으로 10km 페이스를 계산할 수 있나요

돌아다니는 환산식은 여럿 있지만, 이 글에서 확인한 자료로는 어떤 공식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싱거워 보이는 방법이지만, 8km 이상을 실제로 뛸 때의 페이스를 기준으로 잡는 편이 대회 당일에 맞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출발 직후 사람들에 밀려 빨라지는데 괜찮나요

흔한 상황이니 그 자체로 대회가 망하진 않습니다. 1km 표지판에서 시계를 보고 목표보다 빠르면 그 자리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상위권 선수들도 초반에 더 여지를 남기고 나갔다는 자료를 기억하십시오.

10km 대회에 에너지젤이 필요한가요

10km에 젤이 필요하다는 근거는 이 글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쓰고 싶으시다면 쓰셔도 되지만, 대회 당일 처음 쓰지는 않으십시오. 연습에서 한 번도 시험해보지 않은 것을 당일 아침에 넣으면 위험부담만 커집니다.

중간에 걸으면 기록이 많이 밀리나요

걸은 시간만큼은 당연히 밀립니다. 다만 무너진 뒤에 억지로 뛰는 것보다 결과가 나쁘지도 않아서, 걷는 구간을 미리 계획에 넣는 방식이 연구된 바 있습니다. 걸었다고 완주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참고한 자료

아래는 본문에 오른 숫자의 원자료입니다. 대회 기록을 모은 조사와 실험실 시험이 섞여 있으니 표본 크기를 함께 보십시오.
Cuk I 외, Pacing in Long-Distance Running: Sex and Age Differences in 10-km Race and Marathon, Medicina (Kaunas), 2021, 57(4):389 — 오슬로 대회 2015~2018년, 10km 완주자 16,315명·풀코스 완주자 8,828명. 후반 밀림 폭과 거리별 차이 https://doi.org/10.3390/medicina57040389
do Carmo EC 외, Affective Feelings and Perceived Exertion During a 10-km Time Trial and Head-to-Head Running Race,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2020, 15(6):903-906 — 남자 러너 14명. 경쟁 상황과 혼자 뛸 때의 기록·체감 노력 차이 https://doi.org/10.1123/ijspp.2019-0586
Beal H 외, Marathon Performance and Pacing in the Doha 2019 Women’s IAAF World Championships,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2022, 17(7):1119-1125 — 도하 여자 마라톤 완주자 40명, 런던 78명 비교. 상위권과 하위권의 출발 페이스 https://doi.org/10.1123/ijspp.2022-0020
Andrade MT 외, Predicting the body core temperature of recreational athletes at the end of a 10 km self-paced run under environmental heat stress, Experimental Physiology, 2023, 108(6):852-864 — 레크리에이션 러너 주행 75건, 33도. 평균 완주 시간과 심부 체온 https://doi.org/10.1113/EP091017
Andrade MT 외, Environmental, physiological, perceptual, and behavioral predictors of mean and final km paces during a laboratory-based self-paced 10 km run in hot conditions, Journal of Thermal Biology, 2026, 136:104374 — 같은 75건 재분석. 더운 조건에서의 배분 권고 https://doi.org/10.1016/j.jtherbio.2026.104374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달리는 중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이 생기면 즉시 멈추고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